우리는 체면을 무겁게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군들 체면깎이는걸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유독 자기과시욕이나 자아의식이 강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가 체면의 포로가 돼있다. 남을 의식않는다해도 사회관습 때문에 사정은 비슷하다. 문제는 체면유지비의 인플레다. ◆어느 조직이건 이 비용은 대체로 지위에 비례하는데 지위가 높을수록 경조비의 부담이 상당해진다. 고위공직자들이 모두 지난번 장·차관,국회의원,검찰고위직의 재산공개에서 나타났듯이 「숨은 자산가」들이 태반이라면 「과잉출혈」을 해도 큰 무리가 아닐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그렇지않은 사람들이 많다. ◆모중앙경제부처의 한 국장의 경우 경조비가 월 약 40만원. 한달에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는 경우가 평균 10여건,1회에 3만원내지 5만원,주로 5만원을 보조한다. 한달 수입은 손에 쥐는 실제급료가 상여금이 있는달은 2백여만원,없는 달은 1백40만원 내지 1백50만원이라는 것. 상여금은 두달에 한번꼴로 받는다. 경조비가 급료의 20∼30%나 되는 셈이다. ◆그런데 상공자원부가 최근 자정캠페인의 일환으로 경조비 중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정부의 부정부패척결 운동과 관련하여 「자기개혁 행동준칙」을 마련하고 내부적으로 경조비의 부담을 하향조정했다는 것인데,장관은 5만원,차관 3만원,국장 2만원,과장 1만원으로 정했다. 또한 근무시간중 결혼식에 참석,공무에 지장을 주는일이 없도록 부조금도 직접 전달하는 대신 경조환제도를 이용키로 했다고 한다. ◆공직자건 아니건 월급생활자같은 정액소득자가 자정을 하자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여 수지의 균형을 이루는것이 순서다. 양인제출원칙(세입에 따라 세출을 억제)은 국가 예산뿐아니라 가계에도 적용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다. 허례허식으로부터도 탈출할때가 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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