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도덕성 기준강화/당내 역학구도 변화여부 관심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의 사퇴는 개혁정국의 돌발변수로 기록될 것 같다. 사태자체가 전혀 예기치못한 것이었으며 수습역시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기때문이다. 최 총장은 문제가 생기자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고 김영삼대통령 역시 이를 단호하게 수리했다. 그리고 후속인사도 사무총장 한명에 그쳤고 그 자리에는 최 총장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다고 볼수있는 황명수의원이 임명됐다. 황 의원은 최 총장과 민추협시절 간사장을 번갈아 지냈고 청렴성이나 직선적인 성격 등에서 닮은 점이 많다. 따라서 김영삼정부의 정치개혁 열차는 기관사만 바뀌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최 총장의 사퇴를 그가 김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이고 정치개혁의 주역이었다는 점을 들어 새정부의 개혁드라이브와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으나 아직은 이같은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대통령이 일벌백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개혁드라이브가 더욱 강해질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당대의 실세라는 최 총장이 입시부정사건으로 그만두었으니 만약에 다른 케이스의 비리가 드러나면 당사자는 물어보나마나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민자당의원들에 대한 도덕성요구이고 문제발생시 문책의 정도가 훨씬 엄해 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김 대통령이 사태의 조기수습에 나서 원칙적인 처방을 한것도 최 총장문제가 결코 개혁드라이브의 걸림돌이 될수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산공개파문때 최 총장이 앞장서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 과정에서 민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불만의 표적이 우선 최 총장에게 향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사퇴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최 총장의 사퇴는 그가 개혁정국에서 어차피 악역을 맡아야만 할 집권당 사무총장으로서 최적임자였다는 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로부터의 개혁을 주도하고자하는 김 대통령에게는 큰손실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차지했던 민주계내의 무게로 미뤄볼때 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산공개 등 개혁드라이브에 상대적으로 시달려왔던 민정계가 최 총장의 퇴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것은 꼭 감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 총장은 4월 임시국회이후 본격추진될 무소속인사 영입과 6월중 실시될 보궐선거공천,그리고 20여곳에 달하는 사고지구당위원장 인선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처지였다. 그리고 최 총장은 민자당 운영에서 김종필대표를 건너뛰어 김 대통령과 직접채널을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신임총장은 최 총장과는 달리 소위 상도동 가신그룹도 아니고 김 대통령의 측근 실세도 아니다. 황 신임총장의 등장으로 민자당 장악력이 다소 떨어질것 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이니다. 여기에다가 그는 새정부의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부산출신이 아니며 김 대표와 같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관련해 민정계 일부의원들은 황 총장이 들어서면 민주계의 당내 독주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 한 민정계의원은 『개혁의 취지에는 찬동하지만 개혁을 추진하는 당지도부의 행태에 문제가 없었다고는 볼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총장이 여권내의 실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자당으로서는 유사시에 사용할수 있는 보호막을 잃어버렸다는 측면도 있다.
재산공개 파문으로 정치권이 가뜩이나 무력화 돼있기 때문에 조속한 정치력복원을 위해서는 힘있는 인사가 주요당직을 맡는게 좋다는 지적이다. 황 신임총장이 이같은 역할을 어느정도 해낼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한것은 전임 최 총장만큼은 못할것이라는 점이다.
민자당은 재산공개 파문으로 무기력증세를 보이고 있던 마당에 최 총장 사퇴라는 돌발 변수로 또 한차례의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이 제기능을 하기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과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최 총장사퇴와 같은 돌발변수가 없어야함은 물론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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