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체면치레”… 핵분야 역점둘듯/미,가장 적극 2차 지원책 준비러시아 지원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서방선진 7개국(G7) 외무·재무장관 회담이 14·15일 이틀간 동경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오는 7월 이곳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의 방향을 결정하는 예비회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자칫하면 오는 25일의 국민신임투표에서 쫓겨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그의 개혁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G7은 이번 동경회의에서 「옐친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G7 각료회의에서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러시아 지원규모는 러시아의 대외 채무상환 연기와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2개국간의 지원 등을 합쳐 3백20억내지 3백4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 임하는 각국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미국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최근 옐친과의 회담에서 16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번 각료회의에 대비,미 수출입은행의 석유천연가스 관련융자 20억달러 등 2차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곡물원조로 미국의 능가와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되며 핵무기 제거에 8억달러를 배정한 것도 러시아의 핵잠재력을 극소화시키자는 복안이다.
클린턴은 옐친 지원의 기수노릇을 하면서도 단독 지원엔 재정상,또 미 국내여론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국간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내 경기의 심각한 불황으로 러시아 지원에 소극적인 영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4개국도 채무상환 면제나 연기,곡물구입 비용의 신용보증,원자력 관련시설과 핵무기 해체작업 등을 위한 기술공여 등 다각적인 원조를 할 구상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가 혼란에 빠질 경우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러시아에는 옐친을 대신할만한 인물이 없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상 옐친의 계속 집권을 위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미국가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국가는 금년 G7의 의장국인 일본이다. 이들은 일본이 불황이라고는 하나 여타 국가보다 심각한 상태가 아닐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최대의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만큼 경제능력에 상응하는 기여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위기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북방영토 반환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언급치 말라는 애드벌룬까지 띄워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각오하고 있다.
일본은 다른 참가국들이 각기 처한 이해관계에 따라 지원분야가 다르듯이 일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핵분야에 개별원조의 포인트를 두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 핵무기 해체와 방사능 폐기물 처리 ▲최근 서시베리아의 「톰스크7」에서 발생한 핵시설 사고복구비 등에 5천만달러를 현금으로 무상지원하고 그 밖에 ▲일 수출입은행 융자 ▲무역보험의 확대적용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설립하는 중소기업 육성기금에의 출자 등 총 20억달러 정도를 유상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당초 이번 회의에서 거론할 생각이었던 북방영토 반환문제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무토가분(무등가문) 외무장관과의 별도 회합에서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는 현재 러시아의 정치불안을 이유로 대러시아 지원에 비판적인 여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즉 오는 25일의 옐친 신임투표에서 옐친이 과연 「투표자의 과반수」가 아닌 「유권자의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옐친이후 보수파가 정권을 장악해도 G7 회의서 결정한 지원책을 밀고 나가야 하느냐』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 관계자는 『지원책은 옐친 대통령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 경제 외교면의 개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본정부가 옐친의 퇴장문제에 고심하고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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