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도 다 있다』 지난 12일 하오 여의도 민자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방당정회의를 지켜본 당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의아함을 표시했다.국방부 고위인사들과 민자당 의원들이 만나는 자리. 권영해장관 이수휴차관을 비롯,국방부의 차관보 및 실국자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반대편에는 황명수 국회 국방위원장 내정자와 강삼재 당 제2정책조정실장,국방위 소속의 권익현 정석모 윤태균의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주변엔 보도진. 바로 의아함의 대목이다.
하오 5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북한 동향 부분만 제외하고 1시간반 동안 공개로 진행됐다. 그동안 당정회의,특히 국방 당정회의는 비공개로 열리는 것으로만 알았던 당관계자들이 「별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말리아 파병과 병무제도 개선 보고에 이어 국방부측이 북한 동향에 대한 비공개 보고를 요청한 순간. 황 위원장 내정자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상 훼손사건」을 먼저 보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 일선부대에서 법당을 폐쇄하고 불상을 훼손한 이 사건은 「비밀」 일수는 없었지만 국방부로서는 드러내놓기 싫은 내용인 듯했다. 이 부분도 완전 공개됐다.
여기에다 정말 「별일」로 느낀 것은 달라진 회의 분위기였다.
우선 줄곧 군장성 출신들이 맡아오던 국방위원장에 순수한 민간출신 의원이 앉아있다는 사실부터 달랐다. 군출신 의원들도 에누리없이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국방부측의 태도로 자못 진지했다. 최소한 의원들의 지적에 두루뭉실하게 「현장」만 피하려는 자리는 아니었다. 때론 지리할 정도로 소상히 답변했고 지적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민시대의 변화하는 군과 여당의 관계였다.
물론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서로 어색한 구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새정부 출범후 첫 회의에서 「군기」를 잡으려는듯한 의원들과 다소 위축감을 느끼는듯한 국방부 간부들. 늦게나마 참석해 다소곳이 앉아있던 최형우 사무총장의 모습은 이런 어색함을 지우려는 노력으로도 보였다.
이젠 안기부와의 회의도 가급적 공개하겠다는 민자당. 한때의 제스처가 아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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