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경제악화 위기감/재집권 여부는 불투명스페인의 집권 사회주의노동자당(PSOE,이하 사회당)이 부패추문과 경제악화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펠리페 곤살레스 총리(51)가 12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곤살레스 총리는 오는 6일6일의 조기총선이 『정치논쟁 진정과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국민적 신임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곤살레스 총리의 「의회해산,조기총선 실시」는 집권 사회당의 몰락을 조기에 막아보려는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에 이어 부패추문들이 터져 전국을 강타하면서 정치권의 내분을 일으키자 가뜩이나 경제악화로 허덕이던 사회당의 인기는 집권 11년만에 최하로 떨어졌다.
최근 프랑스 사회당이 총선에서 우파연합에 참패했듯이 현 상황에서 예정대로 연말에 총선을 실시할 경우 스페인 집권 사회당의 몰락도 자명하다.
따라서 조기총선은 곤살레스 총리의 카리스마와 개인적 인기에 의지해 집권 11년동안 4번째의 연속승리를 이끌어내려는 사회당의 마지막 승부인 셈이다.
조기총선의 직접적인 이유는 「필레사 추문」 「타임스 엑스포트 추문」으로 불리는 불법정치 자금조달 사건.
필레사는 바르셀로나의 유령 용역회사로 80년대에만 8백5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사회당에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가짜 영수증을 발행하거나 정상거래로 위장해 70여개의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거둬 사회당에 제공하는 전형적인 정경유착 행위를 일삼아왔다.
사법당국이 최근 세차례에 걸쳐 마드리드의 사회당사를 압수수색할 정도로 부패추문의 파문은 커져갔고 국민들의 불신도 팽배했다.
문제는 이 불법정치자금 조성의 책임을 둘러싼 인책의 수위와 이로인한 정치권의 분열.
곤살레스 총리를 중심으로한 개혁파는 당서열 3위인 호세 마리아 베네가스 조직담당서기의 사퇴를 종용했지만 베네가스 서기와 보수파들은 『여론재판으로 희생될 수 없다』며 버텨왔다.
지난 10일 당집행위에서 베네가스 서기의 인책은 무산되고 대신 하위당직자 2명만 해임되자 국민들의 여론은 비등했다.
또 알폰소 게라 사회당 부총재의 형이 비리사건에 연루됐고 이로인해 게라 부총재가 이끄는 정통사회주의파와 나르시스 세라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 사이의 갈등도 증폭됐다.
결국 곤살레스 총리는 정치자금 추문을 잠재우기 위해 총선으로 정치국면 전환을 선택했다.
경제사정 악화도 조기총선 실시의 또다른 요인이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비야 만국박람회를 개최하고도 지난해 4·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평균 18.2%로 유럽공동체(EC)내에서 가장 높고 올해 상반기의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곤살레스 총리가 이런 정치,경제적 악재를 뛰어넘기 위해 조기 총선을 마지막 카드로 택했지만 사회당의 안정의석 확보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달 말 엘 파이스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회당은 하원 3백50석중 현재 1백75석에서 40여석이 줄어든 1백30여석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곤살레스 총리 개인의 인기가 국민들의 불신의 골을 얼마만큼 메워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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