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하오 국회 법사위 회의실은 유난히 북적댔다. 회의 시작전부터 기자석과 참관인석은 가득찼다. 월례회의 치고는 대단히 성황이었다.부패비리척결의 칼자루를 쥔 감사원과 법무부에 대한 질의 답변이라는 메뉴가 손님들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개혁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해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 시작후 정작 눈길을 끈 것은 과거와는 완전히 뒤바뀐 여야 의원들의 태도였다.
민자당의 강재섭의원은 『감사원은 성역없는 감사를 다짐하는데 아직도 청와대·안기부·기무사·검찰을 지칭하는 것이냐』고 이회창 감사원장에게 은근히 「시비」를 걸었다.
역시 민자당 소속인 강신옥의원의 질의는 신랄하기까지 했다.
『성역없는 감사는 13대 때 김영준 감사원장도 거듭 다짐했던 것』이라고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의 금일봉에 대해 감사한 적이 있느냐』고 찌르고 들었다.
그는 계속 물었다. 『김영삼대통령은 정치자금은 한푼도 안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도 금일봉은 빠짐없이 내려가고 있다. 그것이 정보비 판공비 한도내에서 쓰인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
집권여당의 의원,그것도 민주계 의원의 입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이같은 놀람움은 민주당 강수림 정기호의원의 발언에 이르러서는 또다른 의미로 커졌다.
재산공개후 투기의혹이 거론됐던 강 의원은 『최근의 재산공개로 법치주의가 무너졌다』며 『재산권과 인권에 대한 보호가 사라지는 대신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는 인민재판식의 여론재판이 성행했다』고 주장했다.
과다주택보유로 물의를 빚은 정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억울하게 언론에 당했다』는 신상해명으로 시작된 발언은 5분이상 계속됐다. 『자발적 공개,양심선언의 미명아래 벌어진 인민재판』 『통치권의 초법적 남용』 『독재의 시초』 『헌법의 일시 정지상태』 등으로 「재산공개」 주변을 맴돌다 『이런 비정상 상태의 회복을 대통령에 건의할 용의는 없는가』라는 맺음말로 질의형식을 겨우 갖췄다.
이제 불기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었지만 새정부 출범이전의 국회가 새삼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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