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미합의면 판사에 재량권/「재판미결」 선언땐 폭행경관 석방지난해 4·29 LA 인종폭동을 야기한 로드니 킹 사건의 재판일정은 유무죄 평결과 형의 선고만을 남겨놓고 있다.
로드니 킹을 구타한 4명의 백인 경관들에 대한 평결을 맡고 있는 12명의 배심원들은 12일 상오(이하 한국시간) 5시간의 2차 심리를 가졌으나 최종 결론엔 합의하지 못했다.
담당 재판부인 미연방 법원 LA지원의 존 데이비스 판사는 3차 심리를 13일 상오 속개한다고 밝히고 빠르면 이날중 최종평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결 자체가 제2의 인종폭동을 유발할 소지가 큰 만큼 순탄한 평결발표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시미밸리 경우와는 달리 재판의 주체가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이다. 4명의 경찰관에게 적용된 법조항도 연방 민권법이다.
53명의 희생자와 한인타운 폐허화라는 엄청난 결과를 빚어낸 LA폭동이후 폭행경관에 대한 연방차원의 재심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8월. 연방검찰은 로렌스 파월,시오드르 브리세노,티모시 윈드 등 세사람에 대해서는 킹의 인권을 침해하고 비인간적으로 구타를 가한 혐의로,상급자인 스테이시 쿤 경사에 대해선 인권침해를 방관했다는 혐의로 연방법원 LA지원에 기소했다.
공소유지는 스티븐 클라이머 연방검사가 맡고 4명의 피고는 각기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번 재판과정을 지켜본 법학자들은 검찰과 변호인단이 「한판의 멋진 승부」를 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측 모두 가능한 모든 정황논리를 동원,상대편을 공략했다.
일례로 검찰측은 지난 3월3일 생물역학 전문가 해리 스미스 박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킹의 얼굴상처가 경찰봉에 의한 것이었음을 입증하려 했다.
변호사측은 이에 맞서 부검전문의를 동원,경찰봉으로 머리를 맞았다면 킹은 사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이 팽팽한 양측의 갑론을박 때문에 배심원들이 평결에 애를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결방향에 대한 예측도 매우 힘들다는게 현지 법조인들의 분석이다.
미국 사법제도상 배심원 평결은 보통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여러차례 투표를 거쳐 합의를 끌어낸다.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판사에게 재량권이 넘어간다.
판사가 다시 심의해서 유·무죄 평결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을 재개하지만 유·무죄를 주장하는 배심원들 숫자가 백중세인 경우 「재판미결」이 선언된다.
이럴 경우 4명의 폭행 경관은 아무런 처벌없이 풀려나게 돼 예측불허의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경우 배심원단이 무죄평결을 내리면 검찰은 다시 항소할 수 없다. 그러나 유죄평결의 경우 변호인단은 항소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평결결과 자체의 번복은 불가능하다. 다만 평결과정에서 배심원에 대한 외압여부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재심이 가능하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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