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정거리 1천㎞짜리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곧 양산단계로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그만한 사정거리라면 일본 전역과 중국의 상해까지 권내에 들어간다. 때마침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뒤끝에 나온 얘기인 만큼 국제적 긴장에 한번 더 불붙이는 얘기가 된다. ◆핵전략에서 요구되는 두가지 기본전제는 운반수단과 보복능력으로 요약된다. 종래 미·소 대립의 경우 양측은 충분한 장거리 운반수단을 가졌고 그래서 1차 공격을 받은 측의 대량적 보복수단이 핵전억지의 근간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핵전쟁을 억지해온 것은 「핵에 대한 핵」,「운반수단에 대한 운반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은 국민생활의 피폐에는 관계없이 핵개발에서는 상당수준에 도달해 있고,거기에 더해 중거리 운반수단까지를 갖춘 상태에 이른 것이다. 북측의 이러한 도발적 자세가 국제적으로 미묘한 파장과 긴장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상 코앞의 상대인 우리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을 지나치게 고립시키고 자극하는 국제적 압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책안목에 타당성이 있다면,북한에 대해 우리가 지나치게 만만하게 보여서 오산을 유도하는 경우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도대체 우리를 겨냥한 북측의 핵위협 앞에서는 「대응」 이외의 선택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미·소 대립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처럼 협소한 지역에서는 장거리 운반수단,또는 2차적 대량보복이 별로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실상 남한에 대한 북측의 가상적 핵공격은 어쩌면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전술 핵개발은 아직 먼 얘기다. 북측이 핵과 운반수단의 개발을 통해 노리는 것은 격을 높인 대미 접촉이나 이란 등 중동국가로부터의 에너지원 확보,또는 세습체제 완성을 위한 대내적 무대장치 등으로 우선 상정할 수 있다. 그밖의 어떤 목적이 있다고 분석할 수 있든간에 우리의 대응이 계속해서 「뒷걸음질」일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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