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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로 본 축재실상과 공직윤리(비좁은 땅 넘치는 투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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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로 본 축재실상과 공직윤리(비좁은 땅 넘치는 투기:3)

입력
199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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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소송수법 농지 사재기/개발정보 입수… 몇곱이익 챙겨/실명거래·경작의무 보완 “시급”일부 고위공직자들의 편집광적인 땅 사재기는 도·농의 경계도 없다. 80년대초 도시에서 일어난 투기바람이 전국의 논과 밭,야산으로 번져가자 투기를 잡아야 할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복부인들의 뒤를 좇아 전망좋은 논밭과 야산을 사들이며 돈과 함께 공직윤리도 묻어버렸다. 헐값에 사들인 농토를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금싸라기 땅으로 만든 이들에게 땅은 그저 「축재의 샘」일 뿐이었다.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는 다른 어떤 토지보다도 철저한 공개념의 대상이다. 「경자유전」의 불문율이 헌법정신에 반영되고 농지거래가 허가대상으로 규제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법을 아는 공인들의 사심은 훨씬 교묘했다. 권력층의 탈법적 토지범죄 앞에 행정력은 무기력했고 물샐틈 없다는 법망엔 「피라미」만 걸리고 「큰고기」는 모두 빠져나갔다.

91년말 현재 전국 농지면적 2백10만㏊중 부재지주 소유농지는 15.7%인 33만㏊로 이중 이농과 상속 등에 의한 불가피한 부재농지외에 외지인이 불법매입한 농지는 14만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원도내 전체 논·밭·과수원 면적만큼의 농지가 투기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것이다.

농지거래는 농지매매증명제도와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농지정책의 기본골격이 되고 있는 농지개혁법과 농지임대차관리법은 모든 농지거래때 소재지 농지위원회의 확인하에 시·군·읍·면장으로부터 농지매매증명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농지취득시 농민은 ▲통작거리 20㎞이내 거주 ▲영농능력과 장비보유 ▲소유농지 상한면적 3㏊이하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비농민의 경우 6개월 이상 전가족이 주민등록 이전과 함께 농지소재지에서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재산권 행사와 거래자유원칙에 정면 위배되는 반자본주의적 조치이자 농지가격 하락의 주범이라는 비판에도 불구,정부는 농지매매증명제도야말로 「경자유전」의 정신이 담긴 투기예방책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럼에도 통지투기는 거침없이 자행되고 있다. 주민등록상 거주확인만 받으면 농지를 매입할 수 있어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취득이 사실상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재산공개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P씨가 86년 장남의 주소지를 김포로 옮겨 절대농지 1천9백여평을 구입했던게 실증적인 사례다.

농지전문가들은 현행 제도하에서는 위장전입에 의한 불법농지매입은 막을 길이 없다고 말한다. 「6개월 거주」 조항이 주민등록상뿐 아니라 실제거주를 규정한 것이고 해당 농지위원회의 확인을 받게 되어 있으나 연고가 있는 유력인사라면 뇌물없이도 「거주확인도장」쯤은 큰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위장전입 방법이 아니더라도 투기목적으로 6개월쯤 농촌에서 살다가 농지를 매입한뒤 즉시 도시로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합법적 투기수단도 많다. 농지라도 소유권 분쟁이 생기면 토지거래허가없이 법원 판결만으로 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꾼들은 현지 농민과 짜고 농지를 산뒤 소유권 분쟁을 가장한 재판을 청구,궐석재판 등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는 방법으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 소위 「의제자백」이니 「제소전 화해·판결」이니 하는 수법들이다. 현역의원 P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89년 서산의 토지 4백여평을 사들였다.

농민명의로 땅을 산뒤 채권이 있는 것처럼 근저당권을 설정해 실질적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의원직을 사퇴한 K씨는 원주의 전답 1천평을 현지 친척을 통해 구입한뒤 부인명의로 근저정당을 설정,사실상 부재지주가 됐다. 이밖에 위장증여와 명의신탁도 농지매매증명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대표적 투기수단들이다. 이같은 행위들은 국토관리이용법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상의 위법사항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미미한 처벌규정과 단속 공무원의 안이한 자세로 인해 예방과 적발이 사실상 어렵게 돼있다.

불법으로 사들인 농지는 용도변경 과정을 거쳐 값비싼 집터(대지)로 「땅세탁」이 된다. 농지의 용도변경이 엄격히 규제됨에도 불구,투기꾼들에게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유명인사의 토지라면 지목전환이 더욱 쉽고 검찰 간부들의 용인지역 토지 과다보유 사례처럼 고위층의 땅이 있는 곳은 항상 규제해제 및 개발예정지구가 되고 만다.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외부인들은 축사·창고 등을 짓거나 유휴지로 방치해둔다. 이렇게 2∼3년만 지나면 농지는 현지 관청의 판단에 따라 어렵지 않게 잡종지로 지목변경되고 다시 집터(대지)로 쉽게 전환돼 땅값이 순식간에 몇곱절 오르고 매매도 자유롭게 된다. 현형 법상 개인농지는 경작을 안하고 불법건축물을 짓더라도 별다른 처벌방법이 없다. 전국의 유휴농지면적이 88년 1만9천㏊에서 90년 4만㏊ 91년 6만7천㏊로 매년 급증하는 현상이 단지 이농과 농촌인력부족에서 초래되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토지전문가들은 『비농민에 의한 농지투기와 불법 전용을 막기 위해선 현행 농지매매증명제도를 개선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현지농민 명의를 이용한 차명거래에 의한 투기가 발붙일 틈이 없도록 농지거래만큼은 완전 실명화를 하고 농지매입후에도 불법전용과 실제거주 및 경작여부를 행정력을 동원해 수시 점검해야 하며 위법거래에 의한 농지취득 사실이 발견될 때에는 강한 처벌과 세금추징,농지환수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지매매증명제도에 「농지구입후 일정기간 거주하며 농작을 해야 한다」는 사후 의무규정 등을 삽입·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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