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부자 권력승계가 적어도 실무적으로는 일단락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아들 김정일을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헌법상 서열 2위를 공식화하고 9기 5차회의를 9일 끝냈다.이미 북한을 움직이는 사실상의 2인자였던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위해 북한은 꽤 치밀한 일정표에 따라 정치적 무대장치를 해왔다. 90년 국방위원회를 신설해 김정일을 제1부위원장으로 앉혔고,91년 12월 최고사령관으로 앉혔다. 이어서 지난해에는 헌법을 고쳐 국가주석이 겸하는 국방위원장을 분리했다.
단계적으로 진행돼온 김정일의 군권승계 과정은 북한의 권력세습이 상당한 불안요인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권력의 정통성 기반이 없는 김정일체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군권승계를 앞두고 벌어졌던 최근 일련의 북한의 움직임도 이런 관점에서 주목된다. 표면상 상반되는 두개의 얼굴을 보인 김일성의 소위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과,핵확산금지조약 탈퇴가 그것이다.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10대 강령은 「전민족 대단결」이라는 깃발아래 「고려연방제 통일」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 새로운 진전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존·공영·공리」나 「접촉·왕래·대화」라는 수사로 장식된 강령을 내세운 「시기」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우리측에 문민정부가 출범한 때요,김정일에게 군권을 넘겨주려는 때였다는 시간적 맥락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닐 것이다.
김일성은 우리의 문민정부에 미소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와는 정반대로 북측은 팀스피리트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준전쟁상태」를 선포하고,핵확산금지조약 탈퇴라는 전례없는 강수를 썼다. 준전쟁상태 선포라는 강수가 군최고사령관인 김정일의 이름으로 취해졌다.
이것은 세습체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 김정일체제가 몰고갈 대결논리를 암시하고 있다. 그는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위기와 대결이라는 체제 보강책이 필요할 것이다.
권력세습의 중대한 약점에다가 그는 거의 해체단계에 이른듯한 경제난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러한 내부적 위기를 통제강화로 넘기자면 그는 대외적인 대결과 위기의식을 조장해야될 것이다. 그런 한편에서 그는 국제적 고립을 「미소」로 모면하려할 것이다.
미소와 대결이라는 북한체제의 줄타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다.
김일성 후견체제가 앞으로 핵문제와 남북대화에 들고 나올 것이 무엇인가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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