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증여·명의신탁등 편법 횡행/토지거래허가제 “있으나 마나”/담합벌칙 강화·명단공개 여론고위공직자들의 땅투기의 주무대가 「토지거래허가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재산공개 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투기성 토지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거의 초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앞마당에서 어떻게 유명인사들의 땅투기가 가능했는지 일반국민들은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이름 그대로 토지거래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제도다. 정부가 토지시장에 개입,국민의 계약자유의 권리까지 제한해가며 토지거래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규제하는 투기억제수단이다. 이제도에 따라 허가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토지와 관련된 일체의 거래행위는 사전에 당국(시·도지사)의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 허가를 받지 못하면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지역은 현재 전국토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농지나 임야지역이다. 토지거래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농지매매증명이나 산지매매증명도 휴지조각에 불과할 정도로 이 제도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진짜 선의의 목적으로 농지 등 땅을 취득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중첩된 이중규제의 대표적 악법으로 원성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일부 공직자 등 전문투기꾼들에게는 빈껍데기 뿐인 속빈 강정에 불과했음이 이번 재산공개 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박양실 전 보사부장관 정동호의원 김문기 전 의원 금진호의원 김진재의원 유학성 전 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이 땅을 사고 재산을 불린 곳이 토지거래 허가지역내에서였다.
토지거래 허가제를 피해나가기 위해 여러가지 기막힌 수법들이 동원됐다. 위장증여,명의신탁,근저당권 설정,제소전 화해·판결 등 순진한 일반 국민들에게는 용어조차 낯선 갖가지 방법들이 투기사냥 도구로 사용됐다.
위장증여는 전형적인 수법중 하나다. 토지거래허가지역내 땅을 실질적으로는 서로가 사고 파는 매매행위를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증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다.
위장증여 방법을 통해 토지를 매매하면 허가를 취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금도 적어 꿩먹고 알먹기식의 투기놀음을 즐길 수 있어 전문투기꾼들이 애용하고 있다. 가령 과표가 1천만원인 땅을 정상적인 매매방식으로 거래할 경우 양도세율이 과표의 40%이나 위장증여를 통해 매매하면 증여세율이 15%에 불과한데다 지방의 임야 농지는 공시지가 등 과표가 시가의 10분의 1에 못미치는 경우가 적지않아 증여세를 무는 것이 정상거래에 따라 들어가는 양도세 등 각종 비용에 비해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또다른 유형은 명의신탁방법. 투기목적을 가진 A라는 외지인이 허가지역내 땅을 구입하기 위해 해당지역 거주민 B와 짜고 C소유의 지역내 토지를 사들이는 방법이다. 서류상 매매계약은 B와 C간에 이뤄지지만 실제소유자는 A이다. 이때 A가 소유권을 확실하게 다져놓기 동원하는 수단이 법원을 통한 명의신탁이다.
이렇게 명의신탁을 해놓으면 B는 등기상 소유자이기는 하지만 해당토지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A가 실질적인 소유권과 관리·수익권을 인정받게 된다. 또 나중에 명의신탁을 해지할 경우 땅 소유권은 이전등기 절차를 밟을 필요없이 자동적으로 A에게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명의신탁방법은 특히 실제 소유자인 투기꾼의 명의가 관련서류상에 쉽사리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신분노출을 꺼리는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의신탁이나 위장증여수법 등은 땅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정부가 투기거래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지역을 해마다 확대하던 지난 80년대말에 등장한 이후 최근까지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투기방지 당국은 거의 속수무책이다.
특히 이런 수법들은 서류상으로 완벽하게 짜여지고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인정되고 있는 관행(명의신탁의 경우)을 악용하는 방법이어서 행정당국에 혹시 적발되더라도 거래당사자간에 입만 맞추면 별 탈이 없어 더욱 문제다.
토지정책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꾼들에게는 약간의 심리적 부담을 주는데 그치는 등 그 효과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거래당사자끼리 담합행위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치밀한 제도정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불성실 신고자나 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벌칙을 강화하고 신고내용과 명단을 공개하는 「공표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토지거래허가권자를 도지사에서 군수로 이관시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허가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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