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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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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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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하늘이 뿌옇다.예년의 황사현상이다.

황사현상은 중국 내륙 사막지대에서 생긴 모래 먼지가 봄철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까지 날아올 때 생긴다. 지금까지의 관측결과를 보면,내륙 깊숙한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바람에 날린 모래 먼지는 85.3시간(3.8일)만에 우리나라에 닿는다. 좀더 가까운 황하 상류지방의 모래 먼지는 43.2시간(1.8일)만에 우리나라까지 불려 온다. 그 분량은 한해 50∼1백만톤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엄청나다.

황사의 피해와 영향은 아직 자세치 않으나,근래의 조사는 황사에 함유된 공해물질이 상당함을 보고하고 있다(한국일보 91·5·15). 중국의 한해 연료소비량이 11억톤(90년),여기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만도 2천5백만톤에 이르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때,황사가 더 오염될 것은 뻔하다. 그 오염물질이 하루 이틀이면 와닿는 곳에 자리한 우리나라로서는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일이다. 그 때문에 우리의 삶 자체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황사가 황화로 될 날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가깝다. 그것을 우리는 역사로 체험했고,오늘의 현실로 보고 있다. 황사는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이에 대한 일깨움일 수도 있다.

일찍히 함석헌선생은 그의 책 「뜻으로 본 한국역사」(원제=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50년)에서 중국을 축구공으로 비유했다.

『중국 본토는 한개의 큰 풋볼이다. 이제 그 안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으면 팽팽하여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이 터지는 날이면 부득이 약한데를 뚫고 나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약한데란,북으로는 「내몽고로 통하는 길」,「서로는 천산로로 들어가는 길」,남으로는 「월남으로 내러가는 길」,동으로는 산동반도에서 「한반도로 나오는 길」,산해관을 넘어 「만주로 나오는 길」이다. 함석헌은 이로써 우리 역사가 겪은 고난의 무대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우연찮게도,49년에 성립된 새중국은,그 사이 이 모든 「약한데」에서 「전쟁」을 치렀다. 한국전 참전은 물론,소련과의 대치,두차례 중·인전쟁,79년 월남과의 무력충돌 등이 그 중에 두드러진 것들이다. 2만㎞나 되는 국경선이 모두 팽팽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1만4천㎞에 달하는 그 해안선 또한 팽팽해지고 있다. 해군력의 증강을 따라,아세안 여러나라와는 스프래틀리군도의 영유권 분쟁,일본과는 센카쿠열도의 영유권 분쟁이 표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아직 잠재적이기는 하나,대륙붕의 경계를 놓고 언제 분쟁이 터질지 모른다.

함석헌 사관을 빌리지 않더라도,중국이란 풋볼은 지금 한껏 팽팽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굳이 그 풋볼이 당장 터진다고 생각할 것은 없겠으나,그 팽창이 「너무 크고 너무 가깝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그 경제적인 저력과 발전추세,항공모함까지 사들이려 한다는 그 나라의 군비확장 추세를 눈 똑바로 뜨고 살펴야 한다.

우리는,더 꼬집어 말해서 우리 정부는,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나무나 무감각하다. 코앞 교훈에도 눈을 감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뼈저렸던 일은,6공의 대중수교가 한국전의 과거를 청산않고 넘어간 것이다. 그 때 중국은,그들의 한국전 참전은 국경을 위협받는 상황에 대응한 것뿐이라는 말로,우리측의 사과요구를 뿌리쳤다. 그 전진방어의 논리대로 하면 그들의 국경선은 한반도의 휴전선이다. 북한을 보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북한편일 수 밖에 없다. 북한체제가 쓰러지는 통일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북경을 찾아간 우리 대통령은 통일의 외적 장애가 다 제거됐다고 모양새만 잡았다. 자기도취나 다름없다.

이번 북한의 핵금조약(NPT) 탈퇴선언뒤 한달 사이,우리 정부가 보인 한중자세에는 그런 도취에서 벗어 난 티가 엿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애당초 중국에 대북 설득을 요청한다고 했으나,중국은 오히려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좌만 주선했다. 정부의 해설은,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 핵논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으나,중국은 북한 핵의 안보리 상정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 때문에 안보리도 주춤거리고 있다(한국일보 9일자 1·7면)

그리하여 지금 분명한 것은 우리가 북한 핵카드의 볼모요,중국은 그것을 나름대로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우리에게 남은 선택은,북한 핵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결의문을 분명히 하고,이에 대응하는 국제공조를 확인,동참하는 것뿐일 것이다.

당연히 핵과 연결되지 않는 대북접촉은 있을 수가 없다. 오해나 부르기 십상인 「당근과 채찍」 따위 앳된 소리는 그만해야 한다. 섣불리 북한 핵을 민족내부의 문제로만 보는 따위 어리석음을 드러내서는 아니된다. 누가 누구 편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나라 안팎의 의구심이 없도록,정부는 정책과 입을 다듬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요 며칠 뿌연 하늘을 보면서 생각하는 일들이다. 그 속에 「너무나 크고 너무나 가까운」 그림자가 드리움을 본다. 6공식 도취는 물론,새로운 환상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눈길이 아쉽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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