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달리 더 분자화된 분위기/“재산공개 초법적” 특강엔 만족감새정부의 개혁돌풍이 채 가라않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열려 관심을 모았던 민자당 의원 합숙세미나가 9일 끝났다.
이번 세미나에서 의원들은 당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이전보다 더 「분자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또 8일과 9일 두차례의 토론이 의원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해 『지금은 가만있는게 상책』이라는 소극적 태도가 의원들을 짓누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이번 모임은 개혁돌풍의 와중에 서있는 민자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뚜렷한 좌표설정을 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음을 외부에 확인시켜준 셈이다.
○…전날 저녁의 자유토론에 이어 9일 마련된 전체토론시간에는 고작 3명의 의원만이 발언에 나서 토론이 아니라 「주제발표장」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3명중 2명은 사전에 원내총무단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주제별로 미리 원고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져 민자당 의원들 사이의 「입조심」 세태를 잘 나타냈다.
그러나 막상 발언을 한 의원들은 사전에 「허락」을 받아 무서울게 없어서인지 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현주소에 대해 비교적 따끔한 질책과 자기 진단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가의 핵심문제인 재산공개 파동 등에 대한 발언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아 아시안의 의원들에겐 「뜨거운 감자」임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맨먼저 나온 김기배의원은 『새정부가 행정규제완화조치를 엄청나게 내놓고 있는데 장관 한사람이 바뀌었다해서 갑자기 무슨 잘못이 그렇게 많이 발견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제는 국회가 정부의 시녀가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온 황윤기의원은 『그동안 의원들의 법안심의가 형식에 치우쳤기 때문에 법조문에 숨겨진 행정규제를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세기의원은 『엄청난 핵비상시국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통일원장관은 어제 바빠서 준비가 부족했는지 우리에게 어뚱한 얘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누었다.
○…한편 전날 통일·경제부총리의 특강을 시큰둥해했던 의원들이 이날 상오의 김광웅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특강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만족감을 표시,묘한 대조를 이뤘다.
김 교수는 강의에서 『작금의 재산공개는 법적근거가 없는 초법적인 것』이라며 『대통령이 총재인 여당 의원들이 이를 따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야당은 왜 이를 쫓아가야 하느냐』고 재산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 우리 정치도 여론재판에 휩쓸리기 보다는 적법절차에 의해 시비를 가리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와함께 『정치제도적으로도 대통령임기를 4년 중임으로 하는 등의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며 『민자당에도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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