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비행금지 강제집행/독일 해외파병 재개 주목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보스니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조치의 강제집행에 착수하는 것은 보스니아 유혈내전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서방측 의지를 반영한다.
이제까지 외교중재와 인도적 구호활동 등 연성대응에 그쳤던 서방측이 강경 군사개입으로 가는 첫 단계조치로 파악할 수 있다.
오는 12일을 D데이로 정한 나토군의 보스니아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무력집행 착수는 나토가 49년 창설이래 처음 군사력을 사용하고 2차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해외군사활동을 재개한다는 측면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의 이번 나토 군사작전 참여는 유럽내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군사적으로도 확산되는 첫 계기가 될뿐더러 앞으로 독일의 해외파병 길을 터놨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 나토의 군사력 동원은 보스니아 사태는 물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유럽지역 분쟁에 대한 나토 회원국들의 자체 해결능력과 공조체제를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보스니아 비행금지구역의 설정은 보스니아내 3대 민족중 하나인 세르비아계 및 신유고연방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였다. 특히 세르비아계의 유엔중재안(오웬벤스안) 거부는 서방의 강경대응을 야기한 빌미가 됐다. 즉 보스니아를 10개 자치주로 나눠 분쟁 당사자인 회교계,크로아티아계,세르비아계 등 3개 민족이 3개주씩 분할관리하고 수도 사라예보시에 느슨한 중앙정부를 설치하자는 유엔 중재안을 세르비아계가 계속 거부함으로써 내전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전을 촉발한 세르비아계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유럽 중재안을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전세력중 가장 강력한 군대를 지닌 세르비아계는 보스니아 영토의 75%를 확보한 유리한 상황에서 유엔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영토의 상당부분을 반납해야 한다.
반면 서방진영으로서는 보스니아가 세르비아계의 수중에 떨어지면 결국 신유고연방과 힘을 합친 「대세르비아제국」 건설을 용인하게 되며 이는 또한 유럽정세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판단이다.
물론 지금까지 서방측의 보스니아 사태 개입명분은 처참한 유혈분쟁을 종식시키자는데 있었다. 1년동안 사망자 1만3천명,실종자 13만명,난민 2백만명,강간 2만여건 등 각종 피해통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전쟁과 관련없는 민간인 살해와 고문,약탈 등 반인간적 범죄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서방측은 이번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무력사용 착수를 시발로 각종 경제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세르비아 및 이를 지원하는 신유고연방의 숨통을 죄어나갈 방침이다. 안보리가 다뉴브강과 몬테네그로의 바르항을 사실상 봉쇄하고 신유고연방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기구를 통해 무제한적 압력을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방측의 비행금지 강행이 보스니아내전에서 즉각적인 효력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 신유고연방이나 세르비아계 전투기가 나토군과 무력충돌할 경우 서방측의 직접적인 군사개입 등 사태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나토의 노림수도 이러한 단계적 가능성을 상정한 전술적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또한 지금까지 보스니아사태에 관한한 지상군 파병을 꺼려오던 서방측의 기존입장을 재고할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로써 서방측은 보스니아 사태에 발을 더욱 깊숙이 들여놓게 되는 셈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