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민바람에 「별들의 영광」 위축/군출신 정치인 설곳 좁아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민바람에 「별들의 영광」 위축/군출신 정치인 설곳 좁아진다

입력
1993.04.10 00:00
0 0

◎하나회 인맥등 「보호막」 상실/개혁풍향 관망속 “홀로서기”육군내부에서 「하나회」와 「9·9인맥」들이 문민바람에 휩쓸려 별빛을 잃고있는 이 민자당에서도 군출신 정치인들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61년 5·16 쿠데타와 함께 우리 정치의 전면에 등장,노태우 정권때까지 32년간 실세주역으로 정치사를 주름잡았던 「별들의 영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힘의 원천이 역사의 뒤켠으로 퇴장함에 따라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문민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군출신 의원들이 둘러쓰고 있던 보호막을 벗겨내면서 다른 정치인들과 동등한 출발선에 설 것을 강요하고 있고 보호막이 없어지자 군출신 정치인들은 힘을 갖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현재 민자당내 군출신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의원은 15∼16명선.

당상임고문인 권익현의원을 비롯,사무총장을 지낸 박준병·정순덕·이춘구의원,내무·국방장관을 지낸 정호용의원,안기부장을 역임한 박세직·안무혁의원,5공 창업공신인 허화평·허삼수의원과 배명국의원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밖에 이상재·서정화·신재기·민태구·윤태균·곽영달의원 등도 있다.

이미 3선에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학성씨(전 안기부장)는 재산공개 파문과 관련해 의원직을 사퇴했고 정동호의원도 자진탈당 형식으로 당을 떠났다. 이들 두사람의 퇴장은 단순히 개인적인 진퇴의 차원을 넘어 군출신 의원들의 정치적 장래에 시사하는바가 적지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김영삼대통령의 파격적인 군인사와 맞물려 민자당내 군맥에 대한 「가지치기」의 시작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통령의 군인사는 대체로 군내부의 막강한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들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도 일견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민자당내 군출신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하나회」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육사 기수별로는 권익현·정호용의원이 11기로 가장 고참이고 바로 밑의 12기로 박준병·박세직의원이 있다.

13기는 재선의 신재기의원과 탈당해 무소속이 된 정동호의원,14기는 이춘구·안무혁·배명국의원이 하나회 멤버로 분류된다. 이밖에 15기의 김상구의원,16기의 정순덕의원,17기의 허화평·허삼수의원 등이 과거 「하나회」 인맥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을 감싸던 보호막이 사라짐에 따라 황량한 겨울들판에 홀로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히려 과거의 화려했던 경력이 문민시대에서는 짐이 될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이 때문인지 군출신 의원들은 최근들어 정치적 움직임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대부분 민정계인 이들은 개혁의 방향을 관망하며 정치인으로서 제2의 출발을 위해 뛸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과거 민정계에서 실세중의 실세로 꼽혔던 이춘구의원은 최근 사람 만나는 일을 가능한한 자제하며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 의원은 실제 지난 2월 대통령취임식을 전후해 폐렴증세로 입원하기도 했었지만 「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가급적 정치적 의미가 있는 모임을 피하고 있다는게 주변사람들의 설명이다.

대선직전 입당문제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많았던 정호용의원도 현재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태. 정 의원은 지난 7일 딸의 결혼식 때문에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독자적 목소리를 일체 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재산공개 파동의 와중에서 구설수에 올라 자칫 직격탄을 맞을뻔 했기 때문인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관망중이다.

한때 한일 의원연맹 우리측 회장을 다시 맡는 것이 아니냐는 하마평이 돌았던 권익현의원도 요즘 특별한 활동을 않고 있다. 전·현직 의원·각료중 불교도들의 모임인 정각동우회의 회장을 맡아 한달에 한번꼴로 전국 유명사찰에서 법회를 갖는 것이 유일하게 눈에 띄는 움직임일 정도이다. 과거 민정당 대표시절의 「영화」가 다시 찾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군출신 의원 가운데 허화평 허삼수의원 같이 나름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일찌감치 정치적 장래를 준비해온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군출신 의원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들의 운신방향을 재조정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제 단순히 군출신이라해서 정치적 역량과 관계없이 중진대우를 받는 시절은 지났다』면서 『다른 모든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권도 정상적인 가치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