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시베리아의 비밀 핵기지 「톰스크7」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사고로 러시아가 또다시 핵공포로 시달리고 있다. 톰스크7 사고는 세척용재로 투입된 질산으로 용기내 압력이 상승한 방사능 폐기물 저장탱크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러시아 원자력부는 이번 사고가 지난 86년 4월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규모 방사능 유출사고는 아니라고 발표했으나 사고현장에서 10㎞ 떨어진 2개 지점의 오염도가 자연방사능 측정수준보다 10배정도 높아지는 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원자력부는 또 이번 사고가 방사능 유출사고의 7단계 위험등급중 3단계에 해당하며 약 5백여명의 민방위대 및 소방수들이 동원돼 오염토양과 눈의 제거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번 사고의 피해가 극히 심각하며 오염지역도 공식 추정범위보다 넓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상당기간 방사능 오염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곳 과학자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재해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소련은 과거 많은 원자력발전소와 비밀 핵기지를 건설하면서 안전수칙이나 재해방지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이후 핵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이 강화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시설이 노후해 사고위험이 내재해 있는데다 이를 운영하는 과학자 등 핵전문가들이 처우 등을 이유로 대거 떠나있는 상태다.
특히 러시아의 전력부족 상황은 결함이 있는 원전이라도 가동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체르노빌에서 폭발한 것과 같은 유형의 RBMK 원자로가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백㎞ 떨어진 소스노비보르에서 가동중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톰스크 7같은 비밀 핵단지내 핵관련 시설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돼 위험정도가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구 소련은 냉전체제중 미국의 핵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소위 「아톰그라드」라는 비밀 핵단지를 10여개 건설했는데 톰스크7은 이중 가장 규모가 큰 단지중 하나다.
구 소련 최초의 비밀 핵기지는 지난 46년과 47년 건설된 첼랴빈스크40과 첼랴빈스크60으로 플루토늄 추출시설이 지하요새에 갖추어져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핵관련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서방측의 지원없이 러시아가 부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이러한 비밀 핵시설은 톰스크7과 같은 사고가 언제라도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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