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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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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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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은 일상대화에서 명분론인 「다테마에」(건전)와 실리를 가늠한 「혼네」(본음)를 교묘히 구분해서 쓴다. 일본사람의 이같은 대화방법은 좋게보면 대립과 마찰을 해소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쁘게 보면 일본사람의 겉다르고 속다른 두개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희로애락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기까지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예스」와 「노」로 대답하지 않는다. 장사꾼의 고장인 오사카(대판)를 중심으로 관서지방에선 상담을 제의했을 때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면 그것은 분명한 「노」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사람은 흥정과 협상에서 애매모호한 말을 잘쓴다. 비단벌레의 색깔이 프리즘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듯이 애매한 표현은 각기 자기편에 유리하게 해석돼 나중엔 외교문제를 낳기도 한다. 예를들면 한일 기본조약에서 한일합방조약이 「이미 무효」라고 표기됐는데,일본측은 「이미 무효」의 시점을 대한민국 수립이후로,한국측은 한일합방 당시까지로 소급,주장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밴쿠버 정상회담에서 오갔다는 일본인의 「이중언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이 옐친 대통령에게 귀뜸해준 메모지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이 「예스」라고 말할 때는 가끔 「노」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는 것. 이와관련,일본의 고노(하야양평) 관방장관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즉각 일본측에 전화로 유감을 표명,일단락됐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가지야마(미산정육) 간사장 일행이 19일부터 3일간 방한할 예정이다.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의 친서를 휴대하는 가지야마 간사장은 20일 김영삼대통령을 예방,한일 양국 정상회담 조기실시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문제와 한일무역 역조시정문제에 관해 일본측의 분명한 대답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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