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제37회 신문의 날은 「기자는 자정노력,보도는 공정노력」을 내걸고 언론사내외에 새로운 다짐을 공언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속에 신문의 위상이 우리사회의 지표가 되지않는 때가 드물지만 올해는 특히 국민의 냉정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초리가 신문과 신문인에게 쏠려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문민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며 선봉장의 역할을 담당할 것도 신문이 할 일이요,그 결과를 올바르게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신문이 해야될 일임을 온국민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실로 언론과 그 수용자를 민주사회의 주역으로 내세우는 혁신을 단행했다면 주사위는 언론과 국민에게 던져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신문은 이미 문민정부의 조용한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주역을 해내면서도 스스로를 정화하는 데 늑장을 부린다면 여론이 등을 돌리는 불행을 자초하고 말 것이다. 신문의 날에 기자의 자정노력이 단행되는 순리를 지켜보기를 독자는 원하고 있다. 철옹성의 권부핵심계층이 재산공개로 무너져내리는 조용한 혁명을 보도하고 평가하고 심판한 언론은 이제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독자에게 보여 국민의 신뢰를 듬뿍 얻는 국민을 위한 무관의 제왕으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겠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 하는 신문이 되기에 너무나 많은 장애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언론의 자정은 독자선호에 의한 자연도태의 원리를 통해 뿌리를 내려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정보의 자유시장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독자가 원하지 않는 신문은 경영의 난조로 도태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신문들은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내용으로 풍요로운 정보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신문의 경쟁은 신문의 질을 저하시키고 독자에게 중첩되는 메시지를 강요하는 쪽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신문의 조간시대는 바야흐로 과열경쟁 시대를 예고하는 느낌이다. 조간경쟁시대가 시대적 추이라면 그 결과는 신문의 질적 경쟁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독자시장을 쟁탈하는 전쟁터의 피해를 독자에게 주지 않을지 누군들 걱정하지 않겠는가?
문민시대의 신문은 여론수렴 기능을 확대하여 여론의 균형있고 공정한 수로역할을 해야 한다. 신문이 보도한 것 이상으로 독자는 세상을 직접 접할 능력이 없는 정보사회에서 신문은 보도에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신문이 거대한 권부처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속에서 오보나 탈자와 같은 실수는 물론이고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반드시 줄이도록 해야한다.
문민시대의 신문은 이 사회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신문이 언론권부,언론 독점을 구가하려해도 이룩될 수 없다. 독자의 여론이 숨쉬는 곳에 정책의 열매가 맺고 정보복지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만개하고 언론의 책임이 준행되는 언론풍토 진작을 위해 언론 스스로가 거듭나야 한다. 언론이 권부화하고 언론인이 특권의식을 갖는다면 문민시대의 언론은 이 사회의 전횡자,폭군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신문은 문민정부의 개혁방향과 속도를 조율한다는 여론을 부인할 수 없다. 정책시행을 주도하는 정부의 기능을 대신하여 신문이 그 향방을 가늠한다면 그 누구보다 자정의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며 공정한 보도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이룩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신문은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데 자족하지 말고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열매를 맺게하는 복지저널리즘(Welfare Oriented Journalism)을 이룩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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