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차별화 노려 시가신고/“야도 역시…” 요지소유 땅부자6일의 민주당 재산공개는 전체적으로 「성실」 평점을 줄만하다.
우선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엄정한 시가공개원칙을 지켜낸 점이 가장 돋보인다. 또한 해외재산을 포함시키고 예술품 서적 저작권 등을 함께 공개,앞으로 공직자 재산공개의 방향을 제시한 점도 평가받을 대목이다.
「공직을 이용한 재산증식」의 징후가 드물다는 점도 「성실」측면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외형상으로도 동일한 공시·기준시가로 본 민주당 의원 당무위원의 평균재산은 10억7천만원(시가기준 15억1천만원)으로 민자당의 25억원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수차 강조했던대로 정부·여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끝내 지울 수 없었던 우려가 현실화,일부의원들의 투기성 부동산 소유·축소신고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당지도부의 고심을 무색케한 것도 사실이다.
무연고지에 대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미성년 자녀명의의 부동산 소유,시가원칙을 끝까지 거부하고 편리할 때만 시가를 표기하는 등의 사례가 여전했다.
강희찬의원같은 경우 서울 강남과 경기 평택,연고지인 제주도의 알짜배기 땅에 대부분의 재산을 갈무리해두었다. 또 이경재 정기호의원은 본인과 부인 자녀 등의 명의로 각각 8채 7채의 주택을 소유해 이유가 어쨌든 상식을 어겼다.
김충현의원은 세무조사를 받고 상속증여세를 완납했다고는 하나 지난 84년 3개월짜리 아들명의로 제주도 임야와 농가주택을 사들였다.
학교법인의 재산을 별도 공개한다는 당원칙을 저버리고 13개 중고교의 부지와 건물을 일절 표시하지 않은 신진욱의원은 본인재산공개에서도 공시지가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1원도 틀리지 않게 시가를 표시하고 나머지에는 모두 공시지가만을 표시했다.
또한 변호사라는 고소득 직업이 뒷받침한다고는 하나 강수림 정석화 정기호의원 등이 대부분의 재산을 땅에다 묻어둔 사실은 『야당의원도 다를바 없다』는 개탄을 자아낼만 하다.
이와함께 두차례나 헌금으로 전국구의원이 된 이동근의원이 5억9천5백만원의 재산을 공개해 의혹을 사는 등 축소공개 의혹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얼룩들은 모처럼의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 차별성을 부각하려던 민주당의 전체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 족하다.
또한 이번 재산공개를 계기로 고질적인 병폐인 헌금공천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부분의 문제성 의원들이 전국구 의원들임이 분명해졌다. 지난 14대 공천당시 당지도부는 『헌금 공천도 단순히 돈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돈의 질」에 대한 심사는 자금압박에 밀려 건성으로 치러졌음을 뒤늦게 확인시켰다.
또한 전국구성 지역구 의원,즉 자금력을 배경으로 호남지역 공천을 받은 의원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내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헌금 공천의 근본적인 폐지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점은 적정수준의 정치자금을 야당에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 등이 개정돼야만 해결가능하다. 결국 민주당은 앞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에 더 큰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전당대회후 새로운 판짜기가 무르익는 마당에 재산공개 돌풍으로 당내 갈등의 불씨가 새로 지펴진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미 당재산공개대책위(위원장 이부영 최고위원)에 대한 『긁어 부스럼 아니냐』는 식의 힐난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당지도부를 향하고 있다. 이기택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이같은 당내 갈등을 조기수습해야 할 과제를 새로 짊어지게 됐다.
또한 현재 의혹을 사고 있는 일부의원들의 문제가 극명해질 경우 처리방식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6일의 당무회의에서는 당초 약속한대로 당헌 당규를 엄격히 적용,징계할 것이란 원칙을 재확인했다.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만한 경우는 차라리 편하다.
도덕적인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는 정도의 경우 어느 수준의 징계를 할 것인지는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의 정점이 분명한 여당마저도 징계를 두고 시끄러웠다.
집단지도체제인 민주당이 사후처리에 어느정도의 강제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