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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시아 「공조」 제도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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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시아 「공조」 제도화(사설)

입력
199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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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4일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이틀동안의 정상회담끝에 발표된 밴쿠버선언은 통상적인 두나라 사이의 국제적 현안을 뛰어넘는 광범한 분야에 걸쳐 있다. 군축이나 지역분쟁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동반자관계」라는 깃발밑에 러시아의 개혁을 분명히 지지했다는데에 각별한 뜻을 담고 있다.이로써 미국은 서방측의 선두에서 러시아의 장래에 적극 개입하고,옐친 대통령이 주도하는 러시아 개혁을 지원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클린턴,옐친 회담의 결과는 그런 뜻에서 서방측의 동유럽 정책에 상당히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약속한 러시아에 대한 원조 16억2천만달러는 7억달러의 곡물차관과 핵무기폐기 지원금 2억1천만달러를 포함하는 무상원조 6억9천만달러가 골격이다. 이것은 서방동맹국들의 러시아 원조를 끌어내는 선도자가 될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원조의 규모와 함께,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원조를 제도화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밴쿠버선언은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층이 공동의장을 맡는 기술협력위원회와 기업개발위원회의 설치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가 제도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상징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한걸음 나아가 미국이 2차대전후 유럽재건을 위해 벌인 마셜계획과 비슷한 지속적 지원을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서방 선진국들의 러시아 원조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조직될 전망이다. IMF의 60∼70억달러 규모 차관을 발판으로 총 2백억달러의 경제원조가 러시아국내 개혁과 맞물려 집행된다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개혁이 안정적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과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인민대표대회를 무대로 하는 러시아 보수파의 도전을 가까스로 회피한 옐친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밴쿠버선언은 러시아 의회의 탄핵시도를 뿌리치긴 했지만,타협점을 찾지못한 보수­개혁 갈등에서 개혁파에 큰힘이 될 것이다. 그것이 얼마만한 힘이 될지는 오는 14일 일본 동경에서 열릴 서방선진 7개국 외무·재무장관 회담에서 보다 확실해질 것이다.

러시아의 개혁은 이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에 국제적인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 우리로서도 이번 밴쿠버선언이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수용 의무이행을 촉구했다는 사실을 환영한다.

러시아 국내의 보수­개혁대결은 오는 25일을 앞두고 또 한차례 진통을 겪을 것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이 러시아의 경제에 있는 만큼 밴쿠버선언을 고비로 해서 보다 적극적인 선진 부국들의 경제원조가 구체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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