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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칩거 「때」 기다리나/정치적 은둔 이한동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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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칩거 「때」 기다리나/정치적 은둔 이한동의원

입력
199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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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개혁지원 시기” 순리론/지지자들 “대망 펼칠 기회 올 것”경기 포천출신,서울 법대졸업,판사·검사,4선 의원,내무장관 민정당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 의장,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출마 시도… 이한동의원의 경력이다.

이 의원에 대해 알려진 것은 대체로 이 정도다. 화려한 경력이지만 그다지 「거물」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지난해 4월초 이 의원이 반YS진영의 경선후보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경선출마를 처음 선언했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정계 중간보스급인 그가 「벌써」 대권에 뜻을 두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당내 입지강화를 위한 제스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의원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1년동안 세상은 변했다. 정권재창출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얘기나 나올 정도로 민주계가 득세했고 민정계의 거물들은 이미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민정계에 관한한 그는 김윤환의원과 함께 중간보스에서 보스급으로 승진한 셈이다.

이 의원에게는 상반된 두가지 평가가 동시에 따라 다닌다. 화려한 경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는 하나의 사례이다.

이 의원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통이 크다고 말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반대의 평가를 한다. 소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한 측근은 두가지 모두 맞는 평가라고 얘기한다. 동전의 양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호탕하다. 본인이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소장수」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외모가 그렇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만큼 소탈하고 포용력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의원과 함께 일했던 민자당 의원이나 사무처요원들은 그를 「아랫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민정당 사무총장시절 그는 큰 방향외에 자잘한 사무에 대해서는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는 부하에 대한 가혹한 인사조치는 가급적 삼가는 편이다. 자연 부하들에게 인기있는 상관일 수 밖에 없다.

이 의원은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거구의 외모에 맞지않게 소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 그는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결단을 내린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4월 조건부 경선출마선언과 경선후 YS 지지입장 천명 등이 고작이다. 지나치다고 할만큼 신중한 정치행보를 보고 있다.

이 의원 주변에서는 이런 태도가 그의 「출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5·6공시절 군출신도 TK도 아닌 그가 살아남기 위해선 가능한한 정치적 목소리를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논리」를 편다. 대통령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현재의 권력체제하에서 보호막없는 야당식의 독자노선이란 생각키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상황논리」는 아직도 계속되는 듯하다. 그는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납작 엎드려 있다.

이 의원은 대선이후 일체의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평소 그를 중부권의 「대표주자」로 인정해주고 있는 경기·인천지역 의원들과의 집단적 접촉도 거의 끊고 지낸다.

최근 있었던 신임 경기도지사 축하모임에도 좌장격인 그는 불참했다. 자신이 무언가 도모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정계의 다른 보스급인 김윤환의원이 허주(김 의원 아호)를 타고 유랑하고 있다면 이 의원은 구룡산(이 의원 집뒤의 산)에 칩거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의원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기다릴 뿐아니라 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대선이후 매일 새벽 구룡산에 오르고 아침에는 야채식을 한다. 이미 1년여전부터 두주불사로 즐기던 술도 자제하고 있다. 그에게 트레이드마크처럼 따라 다니던 「폭탄주」를 거의 마시지 않는 것도 변화된 모습이다. 건강을 위한 철저한 자기 절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요즘 일본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클린턴 미 행정부에 대한 일본의 분석시각 등 각종 서적을 탐독중이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같은 변모와 그의 정치적 장래를 연결짓는 외부의 시각을 꺼리고 있다. 그는 주변인사들에게 『지금은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할 때』라고만 말한다. 항간에는 이 의원이 『2년동안 나를 없는 것으로 해달라』라고 주위사람들에게 당부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는 이를 부인했다. 다만 그는 실제로 당분간 「없는 듯이」 지내고 싶어한다는게 주변인사들의 설명이다.

이 의원이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도 「나라를 위해 몸바쳐 일하고 싶은」 것이다. 이 의원 지지인사들은 그를 「순리논자」라고 말한다. 대부분 경기·인천지역 정치인인 이들은 「중부권 대망론」을 펴기도 한다. 이종찬의원의 퇴장으로 민자당내에 중부권,특히 기호지방을 대표할만한 인사는 이 의원 밖에 없으며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순리대로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 이 의원이 현재 택할 수 밖에 없는 외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반대입장의 인사들은 『이제 지역기반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차세대 주자로서 이 의원의 부상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지만 세가 미약하기 때문에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양지」에서만 살아온 그의 경력이 앞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한다.

하지만 이 의원측은 그같은 시각에 아랑곳 않는다. 오히려 권력에 의한 세결집보다는 인간관계로 형성된 세가 더욱 강할 수 있다는 다소 「비정치적」인 논리도 내세운다. 군도 투사도 아닌 테크너크랫이 필요한 시절이 올 것이라는 얘기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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