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부 사무관 6명 삼성에 파견/무역 전 과정실습 문제점파악/기업 경영원칙도 정책에 반영『탁상행정의 틀을 깨라』.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에 파겨니되고 있다. 현장에 나가 민간기업의 사원신분으로 일을 하면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과 기업의 애로사항들을 직접 찾아내도록 하라는 취지다.
5일 상공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신경제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상공자원부가 사무관급 실무자 6명을 6일부터 사흘간 삼성그룹에 공직적으로 파견,근무케 했다. 이들은 상공부 상역국의 수출진흥·수출관리·수입과 소속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입 정책을 입안하는 일선 실무자들이다.
이같은 정부의 시도는 「현장을 모르고선 현장을 위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는 인식아래 탁상행정을 탈피하기 위한 과감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 60년대 한은 조사부 출신들이 대거 경제각료로 등용돼 5개년 계획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던 전례에 버금가는 과감한 정책자세 변화의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간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공무원 현장실습이 민간기업의 실상을 전달함은 물론 관련대책을 수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들의 현장파견 근무를 맞아 삼성그룹은 이들이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대리급 실무사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처리케 하는 연수계획을 마련했다.
삼성물산은 이들에게 보다 정확한 현장파악을 돕기위해 수출 승인에서부터 최종 네고(수출대금 회수)에 이르기까지 5개분야로 나눠 서류준비와 업무처리 등 수출입관련 전과정을 실습케 할 계획이다. 예컨대 수출승인과 로컬 LC(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2차 신용장개설) 부문을 연수할 공무원들에게는 삼성물산 실무자들과 함께 관련협회와 은행,거래선을 직접 찾아다니며 절차를 익히도록 한다는 것. 선적과 통관과정 연수때는 일선 세관과 해운회사 등을 돌며 업무 처리의 실제 모습을 보고 직접 업무를 처리토록 할 계획이다. 또 네고와 사후관리 부문에선 상공회의소와 각국 대사관 은행,무역금융 부문은 은행과 협력업체,원자재 수입 부문에서는 은행과 세관 등을 각각 돌면서 손수 업무를 처리함은 물론 각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직접 확인토록 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매일 업무를 마친 뒤 연수공무원과 담당 업무부서장간에 모임을 갖고 현장에서 체험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논의,이번 기회를 통해 업계의 현장 애로점을 당국에 실감있게 전할 예정이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의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았다. 월별 또는 분기별로 업종별 분야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장관 등 고위공무원이 직접 산업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간담회나 현장방문은 형식에 그치기 일쑤였다.
이같은 문제점을 깨달은 상공자원부는 현장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지난달 삼성전자 강진구회장과 대우전자 배순훈사장 등 민간기업의 장상급 경영인들을 과천청사로 초청,전직원을 대상으로 「산업현장의 목소리」 특강을 들은 바 있다.
이번 사무관 파견연수도 바로 현장에 가까워지려는 새로운 노력의 일환이다. 새 정부가 신경제 5개년 계획 수립을 앞두고 현장실태와 애로사항 파악을 겸하면서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하려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상공부는 앞으로도 계속 실무자들을 파견,정책에 현장감이 붙을 때까지 연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민간기업에 대한 「공무원 이식실험」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노리는 민간기업의 경영원칙을 정부의 정책에 도입하자는 것으로 이런 노력이 전 정부부처로 확대돼 현장과 직결된 정책들이 입안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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