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열차 전복참사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어처구니없는 복합적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고압선 지중화공사를 맡은 삼성종합건설은 우리나라 으뜸인 삼성그룹 산하의 기업이다. 또 공사를 발주한 한전이나 철도를 관리운영하는 철도청은 해당분야의 거대한 독점 공기업이고,공사지역의 안전을 감독하는 부산시 당국 역시 우리나라 제2도시의 살림을 책임진 중요부서이다.이처럼 막강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기업 및 공공재산관리와 행정분야를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최선의 요소」들이 공사시공과 감리감독에 참여했는데도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리 철도사상 최악의 참사를 빚고만 것이니 그 기업이나 기관들은 물론이고 크게는 나라전체의 창피이다. 이런 기업윤리와 한심한 자세로 어떻게 날로 극심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으며,주요 공기업이나 기관들이 그런 허술한 자세로 나라재산과 인명을 관리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최선의 요소를 망라했으면서도 최악의 결과만을 빚고만 이번 참사의 전말을 통해 우리는 심각한 한국병의 실체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사고지역이 아무리 지반이 약한 상습 침수지역이라지만 터널공사란 오늘의 선진화된 우리 기술수준에 견주어 하등 문제거리가 못된다. 공사를 맡은 시공회사나 하청업체,그리고 발주·감독기관들이 토목공사의 가장 기본적인 ABC만 지켰으면 그만이었다. 현장진단을 통해 지반이 붕괴되지 않게 손을 쓰면 쉽게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는 현실은 어떠했던가. 삼성의 담당이사는 붕괴위험 보고를 묵살하고 설계마저 멋대로 변경했다고 한다. 또 한도액 미달의 한진건설에 하도급을 무리하게 주려고 이중 계약서마저 작성한 혐의도 드러나 사장 구속까지 검토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창업 55주년을 맞으면서 세계속의 삼성으로 재도약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재벌그룹 산하회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깝기도 하다.
경부선은 우리나라 철도의 대동맥격인데,문제의 선로 바로 밑에서 위험한 발파작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철도당국의 발뺌과 무성의한 선로 점검실태도 드러났다. 거대한 독점 공기업 한전은 또 어떠했는가. 지반검사를 외면하고 사전 설계심의도 안거쳤으며 공사감리에도 소홀했다고 한다. 부산시나 북구청 당국의 공사인가후 확인소홀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하는 일마다 기관들의 횡포와 무사안일이 두루 엿보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앞서 신행주대교 붕괴 등 우리나라에서의 대형참사나 사고는 언제나 기업의 공기단축과 공비절감을 노린 졸속공사에 기관의 감독소홀과 태만이 보태어지면서 일어났었고,사고원인 규명이나 문책도 그런 기관들이 감싸고 돌아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그런 타성이 빈번한 찬사의 재발로 이어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질 조짐이다. 김영삼대통령이 관련기관·기업의 「최고책임자 문책」과 엄단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도 그만큼 비싼 값을 치렀으면 이제 모두가 달라질 시점이다. 기업이나 기관들,공복들도 말로만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기업윤리와 공직자상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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