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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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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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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의견을 들을 줄도 또 존중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 해공 신익희선생이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의정을 가장 원만하게 이끈 인사로는 해공을 들어야 할 것이다. 1948년 6월초 소집된 제헌국회는 의장에 이승만 부의장에 신익희 김동원을 선출했으나 한달반뒤 이 박사가 대통령으로 피선되어 해공이 의장이 된후 2대 국회까지 6년간 민주의정의 기초를 닦았다. ◆제헌국회 시절 의사규칙을 모르는 의원들이 발언권을 얻기만하면 일장 애국론을 펴는 바람에 참다못한 의원들이 야유를 퍼부어 소란하곤 했다. 그때마다 사회자인 해공이 『남의 의견을 듣는게 민주주의』라고 제지하는 한편 발언자에게는 『혼자 마음대로 떠드는게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점잖게 충고하면 발언자는 슬그머니 하단했다. ◆청렴하고 서민적인 해공은 화해의 명수였다. 국회의장과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여야 또는 신 구파가 대립할 때면 회의도중 막걸리와 열무김치를 사다가 책상위에 놓고 먼저 한사발 들이켠후 잔을 돌리며 『한잔씩 들고나면 기분이 확 풀릴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웃었고 회의분위기는 금세 화기로 변했다. 언젠가 친구들이 그의 빈한한 생활을 보다 못해 『국회의장이 됐으니 쓸만한 기와집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고 권하자 해공은 『내가 망명때 항일독립이 평생이 소원이었고 이제는 반조각이나마 독립된 조국에서 국사를 맡게 됐으니 바랄게 더 있겠는가』고 손을 저었다. ◆부정축재와 관련,김재순·박준규 전 현직 의장이 정계은퇴와 의장직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새의장에 내정된 이만섭의원은 『선출되면 땅에 떨어진 국회의 권위를 되찾고 날치기 통과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입법부의 수장이 국회가 열리면 날치기 통과나 하고 휴회중에는 부동산 모집에 열을 올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두얼굴의 작태는 없어져야 한다. 청렴하면서도 민주주의 신념에 투철했던 해공 정신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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