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3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작년 12월 대통령선거 참패후 새체제를 갖춘뒤 국민앞에 첫선을 보인 회견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야당의 목소리였다. 김영삼정부의 숨가쁜 개혁에 미처 야당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야당의 목소리가 가끔 나오긴 했어도 모기소리만하게 작게 들렸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엔 야당이 미약하게 보인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여당을 앞지르고 압도할만한 개혁구상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정부의 구상이나 조치를 능가할만한 독창적인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여당에 눌려버린 형국이 되어버렸다. 재산공개만하더라도 마지못해 따라 가느라 딱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오늘의 야당 위상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국제환경에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국가경영의 철학이나 비전은 아예 없고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개혁구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모두 정부·여당이 할 일이지 야당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일까. 새정부가 하는 일에 그저 비판이나 논평만 한마디씩 던지는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에서 일까.
그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영원한 야당밖에 할 것이 없다. 야당의 기능이 견제와 비판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집권에 있지 않은가.
재야세력까지 새정부가 끌어안는 새로운 문민시대에서 야당이 이대로 구태의연하게 안주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강경일변도의 극한 투쟁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식의 강경투쟁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이다.
이제부터는 머리싸움이다. 아이디어 경쟁시대이다. 정책대결에서 여당을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석이 몇개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정책대안을 얼마나 많이 개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자리가 없어 남아도는 박사나 두뇌 실력자들이 많다는데 그들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꼭 정치적인 현안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다. 물가 금융 등 경제문제는 물론 교통 환경 교육 치안 복지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실질적인 쟁점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야당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해결책을 연구 제시한다면 여당을 꼼짝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정치쟁점이 없는 문민정치시대를 살아가는 야당의 요령이요 역할이다.
이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잘 알겠지만 모두가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것들이다. 새것이 없다. 새정부가 한 일에 대해 비판하거나 미흡한 점을 보완하도록 촉구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밖에서 말로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하루속히 국회를 열어 입법화 제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법부와 군장성의 재산공개도 그렇고 부정축재 환수나 실명제의 조속 실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