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숨긴 거짓 일기 “이젠 끝”/마음상처 담임·급우에 말안해/엄마 곧 입원 “봄꽃 희망”엄마는 살아나는 길이 있을까. 겹치기 암에 걸린 어머니에게 6년동안 주사를 놓아주며 병수발을 해온 최정은양(12·부산 금정국교 6학년 8반)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
한국일보에 모녀의 사연이 보도(3월19일자 조간 22면)된 이후 놀라울 정도로 각계 성금과 온정이 잇따르고 그런 친철 덕분에 어머니 강순애씨(44)도 이번주안에 고신의료원에서 정밀 암검사를 받게 된 사실은 정은이의 어린 가슴에 불꽃처럼 희망이 피어나게 한다.
설령 엄마의 목숨을 완전히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정인이를 기쁘게 하고 있다.
정은이는 지금까지 2가지 일기를 써왔다. 하나는 담임교사의 확인·검인을 받는 학교 제출용,또 하나는 혼자만 아는 슬픔의 기록. 학교에 내는 일기장은 거짓말 투성이였다. 「한 학년 더 올라갔다고 어머니가 선물을 사주셨다」 「엄마와 함께 유원지에서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다」 「여름방학때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방과후나 방학중에도 항상 엄마곁을 지켜야만하는 정은이에겐 쓸 얘기거리도 없었고 쓰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신문보도전까지는 급우들과 담임교사마저 어렵고 딱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담임교사 이경진씨(26·여)는 『정은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집안 일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며 『가정환경이 빚은 어린마음의 상처가 자신을 감추는 일로 나타난 것이 가슴아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정은이가 이제는 사실 그대로 일기를 쓴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을 하신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께서 입원을 안하면 좋겠다」는 글에 대해 「정은아 입원을 하셔야 건강해 지시지. 집에선 치료가 안되잖니」하는 일기장을 통한 사제간의 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금정산 자락 정은이의 움막에는 전국 각지에서 독지가와 인정많은 이웃들의 성금·위로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팔순 할머니는 아들이 준 용돈을 모았다며 꼬깃꼬깃 접힌 5만원을 주고 갔고 멀리 뉴욕의 김모씨가 편지와 함께 60달러를 보내왔다.
또 한국일보사에는 3일에도 노곡중학생들이 16만8천9백91원,한국산업인력공단 여직원회인 단미회가 21만2천3백원,상록라이온즈클럽 회원들이 50만원,가릉교회 신도와 대전 을지병원 직원이 각 10만원,임영남씨(서울 구로구 구로2동 394)가 5만4천5만원,고길곤씨(48·인천)가 5만원,백기백씨가 3만원을 기탁하는 등 성금 총액이 3천2백만원을 넘어섰다.
정은양은 밀려드는 온정에 감사하는 편지(4월3일자 조간 9면 보도)를 본사에 보내 『밝게 자라서 병든 사람을 돕겠어요』라고 다짐했다.
정은양은 『저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엄마가 오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한다.
「기자분들이 오셨다. 엄마와 나에게 이것저것 물을 때 나는 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그분은 엄마가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아침에 김치죽을 먹었는데 왠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정은이의 3월28일자 일기이다.<부산=목상균기자>부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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