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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얻으려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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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얻으려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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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피란시절인 1951년 6월26일 상오 임시정부청사인 경남도청에서 국무회의가 열렸다. 의장인 이승만대통령은 회의 벽두에 신성모 전 국방장관의 주일 대표부 대사임명 승인안을 상정했다.이에 기다렸다는듯이 여러장관들이 반대론을 폈다. 즉 신 전 국방은 엄청난 국난인 6·25를 대비하지 못한 죄를 저지른데다 거창 양민학살 및 국민방위군 사건으로 무고한 국민과 수만의 청년들을 죽게한 장본인으로 단죄를 않고 어떻게 이런 인간을 대사로 보내려하는가라고 따졌다.

논란끝에 임명안을 거수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4,반대 6,기권 1표로 부결됐다. 다음날 아침 김성수부통령도 병구를 이끌고 이 박사를 찾아가 『나라와 국민에게 해독을 끼친 국적인 만큼 신의 대사임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역설했으나 이 박사는 사흘뒤 신을 대사로 임명,발령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며칠뒤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여러장관들이 일어나 『각의 의결을 뒤집은 것은 위법 행위』라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이 박사는 『나라에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둘러댔다.

건국이래 역대 집권세력들은 온갖 야유와 명분을 내세워 헌법을 9번이나 뜯어고쳤으나 가장 민주적인 헌법은 초대헌법이었다. 국무회의만해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장관들로 구성됐지만 합의체로서 주요국책과 인사동의는 반드시 결의토록 했다. 의결은 과반수로 하고 대통령도 한표를 행사하되 가부동수일 때는 결정권을 갖도록 규정했다.

이 대통령 집권의 중반기까지만해도 정부에는 소위 「예스맨」들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강직한 장관들이 버티고 있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수십건의 법안과 인사에 「부결」로 제동을 거는 「견제역」을 했었다.

이토록 강력한(?) 국무회의가 5·16 쿠데타후 제3공화국 헌법에서 단순한 정책번의기구로 약화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이 때문에 중간에 끼인 국무총리는 더욱 유명무실한 지위가 되고 만 것이다. 총리뿐인가. 3공서 5·6공까지 국무회의는 그저 중요 행정방침을 소개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을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힘없는 「요식적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구나 5·6공시절 안기부장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참석하며 한마디하면 그것이 곧 높은분의 뜻이요,정부의 의사가 되고 말았다. 이러니 총리나 장관에게 소신은 커녕 느는 것은 「몸움츠리기」와 「눈치살피기」뿐이었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따라서 국민들은 국무회의에서 무슨 논의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또 흥미조차 없었던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오랫동안 국민들의 관심밖에 있어왔던 국무회의가 김영삼 새정부의 출범이후 차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중요한 변화는 김 대통령의 지시로 감사원장 안기부장 청와대 경호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참석이 배제되고 의안심의도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승인」을 차츰 탈피,이따금 토론을 벌인 것 등이다. 당연한 시정이며 변화로서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국무회의란 무엇인가. 정부정책의 최고심의기관 아닌가. 장관들이 다른부처의 법안과 주요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어 내실있는 최고수준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총리와 장관들은 「움츠리기」와 「눈치살피기」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일이 시급하다. 행정부­국무회의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참다운 문민정부,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부상을 확립하기 위해서 2가지 방안을 권고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무회의를 민주적인 정책토론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주요 의제의 토의내용,즉 발언록을 전부 국민에게 공개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국민이 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고 있고 그 방향이 무엇인가를 알도록 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적어도 매월 한차례씩 정례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문제 전반에 관해 정부의 견해와 정책추진 방향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회견이 1년에 1∼2회로 국한되고 총리회견은 아예 실종되어버린 3공이래의 관례는 하루빨리 타파하여 국민과 언로를 터야 한다. 각부 장관들도 매월 1∼2회정도로 반드시 회견을 갖고 소관부처의 업무추진 계획과 내용을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당연한 의무다.

새 문민정부는 지금 구각을 벗는 엄청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개혁은 정부 혼자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고 반드시 국민과 함께 손을 잡고 추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모든 것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정부 홍보」와 관련,『민심과 동떨어진 내용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김 대통령의 말을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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