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 직언… 부동의 위치로/“독자색깔 없어 한계” 지적도민자당의 최형우 사무총장은 요즈음 매우 조심스런 몸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을 뒤흔들어 버린 재산공개 파문의 와중에서 자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음을 느낀 것 같다.
『요새 나를 보고 저승사자라고 한다지요』라고 말하는 최 총장의 표정에서도 그같은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김영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사무총장이 된 이래 최 총장은 악역을 도맡아왔다.
사무처 요원 감축에 이어 재산공개 파문에 이르기까지 주로 남을 울리는 일만 해왔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허리의 각도도 커지고 찾아온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무실 문밖까지 배웅하곤 한다.
이번의 재산공개 파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듯이 최 총장은 현재 당내 제일의 실세임에 틀림없다.
김종필대표가 『백리 가는 길에 처음부터 뛰면 뒤로 자빠진다』며 새정부의 개혁속도를 비판한 지난 3월2일밤 그는 자택에서 김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어이 최 의원. 그게 아니야. 내뜻을 알겠지』
그 다음날 사무총장에 임명된 최 의원은 취임사에서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현재도 실패할 수 있다』며 김 대통령의 언중유골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다툼은 김 대표가 「잘못을 시인」함으로써 끝났지만 최근 『대선 다음날 당을 맡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실토에서 보듯 최 총장은 당내에서 부동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가 청와대 주례회동을 갖는다지만 최 총장은 일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청와대로 올라간다. 다른 당직자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몸을 움츠리지만 그는 매우 당당하다. 그래서 YS의 가신출신 비서관들도 최 총장이 나타나면 은근히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총장은 자기 생각을 곧이 곧대로 대통령에게 얘기한다곤 한다. 최고권력자 앞에 서게 되면 대개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게 마련이지만 최 총장은 성격 그대로 직언을 하고 김 대통령도 이를 들어준다.
고위당직자 회의 등 당내 주요 회의에서도 최 총장이 실세중의 실세라는게 그대로 드러난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별로 발언하지 않고 최 총장과 김덕룡 정무1장관의 입만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성산동의 최 총장 집에는 아침 저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기자들도 있고 무엇인가를 부탁하러온 사람들도 있고 또 그저 악수 한번하려고 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세라고는 하지만 최 총장은 다른 중진급 인사들과는 달리 「독립부대」를 갖고 있지 않다. 김영삼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두드러져 보이는 「맏형」격으로 보는게 맞다. 당내 민주계 인사들이나 김 대통령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 사람들도 그를 「온산선생」이라고 부르며 주위에 몰려들고 있지만 아직은 그를 보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최 총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사심이 없는 정치인으로 「뒤」를 생각지 않는다』고 평한다. 일단 결심이 서면 타협을 모르고 그야말로 몸과 마음으로 김 대통령에게 충성을 바쳐온 제1의 측근이기에 당을 「영지」로 맡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 최 총장이 갖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 총장 자신의 「색깔」이 없다는 얘기이다. 사람들이 최 총장을 바라볼 때도 시선은 최 총장 뒤에 있는 김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최 총장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도 김 대통령과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생겨난 것이지 자신의 정치력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주계내에서도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이기는 하지만 『김동영장관이 살아있더라면 지금의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 『민주계에 사람이 적다보니 자격없는 사람이 적자대우를 받고 있다』는 등의 말이 들린다.
물론 민정계쪽에서는 더욱 험한 평가를 하고 있다. 재산공개 파문으로 인한 불만이 가세한 측면도 있으나 『한마디로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큰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을 못되게는 할 수 있어도 자신이 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등의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5선 의원인 최 총장도 분명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장래에 대한 구상은 갖고 있겠지만 좀처럼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김 대통령이 중학시절 하숙방에 「미래의 대통령」이라 써붙였던 것처럼 최 총장도 고교시절 자기 의자에 「수상」이라 써붙였다 한다. 본인은 『그때는 수상이 제일 높은줄 알았다』며 장난으로 치부하지만 측근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특히 최 총장은 차세대 문제를 연상시킬만한 어떠한 몸짓도 보이지않는다. 다만 『끝까지 김종필대표를 안고 가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 『김윤환 이한동의원처럼 하다가는 될 일도 안된다』는 그의 토막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문은 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치개혁을 추진해 나가며 당을 장악하되 결정적 순간까지는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이후 최 총장은 「나라사랑실천 운동본부」의 브레인팀을 주변에 갖다놓아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는가 하면 『민주산악회 사람 1백50명의 자리를 요구했다』는 모함성 소문이 나돌 정도로 적지않은 사람을 정부요직 또는 정부투자기관에 심었다.
하지만 최 총장의 앞길에는 만만치 않은 험로가 있다. 같은 민주계내에도 김덕룡장관 같은 잠재적 라이벌이 있고 재산공개 파문으로 「말없는 다수의 적」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결국 최 총장에게는 개혁정책이 성공할 수 있게끔 김 대통령을 도운뒤 「개혁의 배턴」을 넘겨받는 길이 유일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즉 개혁의 성패에 정치인으로서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그의 입지가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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