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없애 살림은 “빠듯”김영삼대통령이 매주 토요일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몇차례씩 폭소가 터진다.
새정부 출범후 달라진 청와대 비서실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게 김 대통령 주재의 이 수석비서관 회의다.
3일 열린 회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돈식 정무수석과 신경식 총재 비서실장이 민자당 의원 재산공개 파문이 잘 매듭지어졌음을 보고했다. 특히 정동호의원이 마지막 순간에 자진 탈당해 「유종의 미」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한 수석비서관이 『부인이 한몫을 했다』고 말하자 좌중에 폭소가 일었다.
분위기에 격의가 없다보니 수석들은 대통령앞이지만 우스갯소리도 곧잘 한다고 한다.
수석회의에서는 웨만한 「극비사항」이 아니면 모두 논의되는 것도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이다.
3일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전날 있었던 수방사·특전사령관 보직해임과 관련,『군고위인사라서 미리 토론할 수가 없었다』고 양해를 구한뒤 경질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 주재의 수석회의 말고 박관용 비서실장의 매일 주재하는 수석회의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시절 대통령주재 수석회의가 격주로 열리던 것이 새정부 들어 매주 1회로 늘어난데 반해 비서실장 주재 회의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시간과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시간은 상오 8시45분에서 15분 당겨졌다.
분위기도 아직껏 「김 대통령의 식솔들」이라는 생각 때문인듯 자유롭고 화기애애하다는 얘기이다.
○…청와대 비서실이 두드러지게 달라진게 또 하나 있다.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못해 옹색해진게 사실이다.
김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한푼도 안받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른바 「통치비용」도 없어져버린게 가장 큰 이유이다. 각 수석실 운영비가 정확히 예산안에서 쓰여지고 있고 그마저 김 대통령의 「솔선수범」 지시에 따라 10%씩 깎였다.
최근 귀국한 해외공보관들에게는 국내 출장비 1주일분으로 20만원씩이 주어졌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3일은 연수중이던 통일연수원에서 묵었고 3일은 장급 여관에서 지냈다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청와대의 「격려금」이 주어졌었다.
수석실의 한달 판공비는 5백만원에서 10% 이상 깎인 4백만원. 새정부 출범전 민자당 사무처 국장보다 적은 액수다. 물론 6공때도 액수는 같았다. 그러나 「통치자금」이 없어졌으니 과외의 지원 또는 격려비용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현재 수석실 판공비는 직원들 격려지원비에 쓰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한다. 당연히 수석들이 「외부인사」를 만나는 장소는 과거의 호텔에서 대중음식점으로 낮아졌다.
한 수석비서관은 『호텔 할인카드가 필요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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