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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와 사 자율합의 시대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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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와 사 자율합의 시대로(사설)

입력
199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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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의 「신경제」가 내세우는 「자율」과 「창의」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노총과 경총이 마라톤협상 끝에 지난 1일 드디어 올해 임금인상률을 통상임금기준 4.7∼8.9%로 한다는데 합의했다. 각각 노사를 대표하는 전국 규모의 양기관이 정부의 강압없이 자율적으로 임금인상안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바로 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6공때 특히 6공 초기에 임금인상을 놓고 파업 등 노사분규가 그치지 않았고 호전적인 강성노조와 공권력의 충돌로 유혈과 생산의 차질 등이 줄을 이었던 혼란과 비교해보면 노사 양측이 다같이 몰라보게 성숙한 것이다. 엄청난 변화다.

이번에 합의된 임금인상안이 단일안으로 되지않고 범위률로 된 것은 직종간,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종업원 5백인 이상 대기업과 독과점업체 등 고임금 업종은 4.7%,저임금 업종은 8.9%를 적용토록 권장,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 임금 합의안은 통상임금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보너스와 각종 수당을 합한 총액기준으로 한다면 정부가 지난해 강력히 추진했던 5%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노총과 경총의 임금인상 합의에는 김영삼대통령의 「고통의 분담」 호소와 요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총과 경총은 2월초부터 시작된 협상초반에는 각각 12.5%,4.5%를 고수,팽팽한 대결을 보였으나 김 대통령의 3·19 「신경제」 특별담화와 그 이후의 사태전개에 따라 타협의 자세로 전환케 된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 임금동결,경총 등 경제5단체장들의 「공산품 가격 1년 동결」 등이 노총의 양보를 유도했다. 또한 불황에 따른 기업의 경영악화,실업증대 등 경기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노총이 「고통분담」의 시대적인 요구와 현실적인 제약을 수용,임금 한 자릿수의 억제를 받아들인 것은 노동운동 지도부의 「용기있는 결단」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금은 각 사업장마다 노사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결정됐고 여기에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상한억제지침)이 협상의 기준역할을 해왔었다. 지난해에는 노사 양측이 형식적으로만 정부의 지침을 수용하고 내막적으론 그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데 합의,정부만 겉돈 셈이 됐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임금문제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이번 노·경총의 자율적인 임금합의를 임금인상의 자율화의 시대를 여는 전기로 삼아야겠다. 이것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물가안정,금융실명제의 실시,성과급의 면세,음성적 정치자금 수수 및 각종 준조세 철폐,고용보험제의 단계적 실시 등 노사 양측의 건의사항에 대해 진지한 타결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노사간의 「신뢰」조성도 측면에서 지원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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