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의 최고위원회는 문자 그대로 마라톤 회의다. 2일까지 사흘간 계속 열린 회의는 열렸다하면 밤으로 이어진다. 바로 전날이 9시간,그 전날은 무려 10시간동안 심야회의를 거듭했다. 의제는 보궐선거 공천자 결정문제. 이번 보궐선거가 새출발을 한 야당에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회의가 난산을 되풀이하는 이유를 이런 시각에서 풀어볼 수도 있다.그러나 심야 마라톤 회의의 실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도부가 결정하면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고,이 거부를 놓고 다시 대책을 논의한다. 그리고 3일간의 지루한 회의는 쳇바퀴를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 인상만을 남겼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결론 자체가 아니다. 논의과정에 깊이 드리운 패배주의의 색채가 안타깝기만 하다. 기회가 왔는데 수가 안보이는 갑갑함이다.
민주당의 어려움은 더구나 선거라는 싸움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3선의원은 2일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포상까지 한다지… 이렇게까지 하고 나오면 야당은 무얼하나. 야당이 큰일났어』
한 최고위원은 이보다는 호흡을 길게 잡고 있었다. 『문민정부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은 야당의 일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야당의 역할을 이런 관점에서 봐야한다. 한 1년간은 지켜보자. 때는 올 것이다』
야당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요즘 야당론의 두갈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야당의 정의」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야당적 발상과 야당적 정의를 새정권에게 넘길 수 밖에 없는 정체성의 위기가 이 말들에 담겨있다.
지난달 민주당의 경선 전당대회는 가히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전범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몇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선출된 지도부는 한달 가까 새체제를 시험가동중이다.
집단지도체제의 민주성을 기약했던 새지도부는 당직개편이라는 한 고비를 넘겼고,보궐선거 공천문제를 이제 매듭 지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민주적이었던가,아니면 파생적이었던가. 열렸다 하면 예외없이 10시간씩 가야만하는 최고위원 회의를 야당의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누가 여겨줄 수 있을까. 민주당에게서 야당이라는 단어가 주는 양감을 느껴볼 때를 기다려 본다. 아,야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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