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명반란」 있을까 고심재산공개 파동으로 곤욕을 치러온 민자당의 고위당직자들은 2일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밀린 방학숙제를 끝낸 국민학생처럼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이날중 의원총회가 당무회의를 열어 정동호의원 제명조치를 끝내려던 민자당은 징계에 반발하던 정 의원이 의원총회직전 자진탈당을 표명하자 『스타일을 구기지 않게 됐다』며 이를 반기는 눈치가 역력했다.
민자당은 재산공개 파문수습의 마지막단계인 정 의원 처리문제가 본인의 완강한 저항으로 난항을 겪게 되자 당기위와 의원총회라는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 이 문제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그러나 민자당으로선 이같은 극단적 상황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집권 여당이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 소속의원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당규에나 의존해야 할 만큼 무력하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 의원이 끝내 반발할 경우 이번 파문수습 과정의 객관성을 의심받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무엇보다 의원총히에서 반란표가 적지않게 나올 경우 향후 당운영이 파행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으리란 점이 당직자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실제 민자당은 정 의원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한 직후 의원총회를 통한 신속한 제명방침을 결정해놓고 모양새 좋은 마무리를 위해 고심해왔다.
김종필대표는 1일 저녁 총무단과 식사를 함께한데 이어 2일 아침에도 당소속 상임위원장 및 간사·총무단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소속의원중 입각한 인사들에게도 의원총회에 꼭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전달됐다.
최형우 사무총장도 1일 저녁 시도지부당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단결을 당부했다. 「표단속」에 비상이 걸린 것이었다.
고위당직자들은 동시에 의원총회에서의 표결처리방식을 놓고 연구를 거듭했다. 반란표를 막기위해 사실상 공개투표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모양을 고려해 무기명 투표를 해야 하느냐.
민자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자진탈당 의사표명 직전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처럼 무거운 분위기속에 싸여있던 민자당은 고위당직자 회의가 끝난 상오 10시께부터 갑자기 활기를 찾았다. 김 대표 방으로 당3역과 대변인이 불려갔고 곧이어 발표가 있었다. 정 의원이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의사를 밝혔다는 얘기였다. 정 의원은 김 대표와의 통화직후 최형우 사무총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탈당과 함께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강재섭대변인이 공개했다.
하오로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와 당무회의가 즉시 취소됐다. 김 대표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세면장에 다녀온뒤 집무실 밖의 보도진들에게 『차나 한잔하자』며 즉석 간담회를 가졌다. 근래에 보기드문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이어 11시20분께 정 의원이 김 대표방으로 찾아왔다. 착잡함을 가누지 못한듯 정 의원은 잦아드는 목소리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다. 최 총장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다』라며 「역사의 흐름」을 강조한뒤 『용단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답례했다. 하루밤 사이에 정 의원의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해서 민자당의 재산공개 파문은 일단 막을 내렸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