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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바람에 「허주유랑」인가/김윤환의원/왜 장기 외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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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바람에 「허주유랑」인가/김윤환의원/왜 장기 외유하나

입력
199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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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부담덜기” 국외자 역할/재기전망 교차… “하늘이 알 일”무혈혁명이니 또는 문화대혁명이니 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우리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지금,민자당의 김윤환의원은 유럽의 고도를 거닐고 있다. 재산공개 파문이 일기 직전인 지난달 18일 김 의원은 『김영삼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라는 말을 남기고 훌쩍 서울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국내의 정치상황에 관한한 철저히 「국외자」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한때 민자당내의 「제2인자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 의원이 새정부 출범이후의 중요한 시기에 외유길을 택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자신에게 밀어닥칠 거센파도를 피하려는 것인지,아니면 김 대통령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으로 해석하든지간에 김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변화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의 호(허주)대로 지금 빈배를 타고 격랑위를 떠다니고 있다』는 그의 측근의 표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김 의원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찌만 그가 작금의 개혁바람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김 의원은 출국 하루전인 지난달 17일 저녁 세칭 「허주계」로 불리는 인사 12명을 초청한 송별모임에서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개혁은 물론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 한 1년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로 인해 김 대통령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끔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이 기득권층내의 개혁세력인 우리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이 자리에서 올해는 연말까지 국회가 열리는 때를 빼고 계속 해외여행을 할 것이며 이미 중국 러시아 방문 등의 스케줄을 잡아놓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 대통령이 자신이나 민정계를 완전히 버린 것으로 생각지는 않는 것 같다. 비록 자신없는 예측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김 대통령이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장기외유는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의 표시라기보다는 그의 변대로 순수히 김 대통령을 위해 잠시 비켜나 있는 것으로 보는게 맞다고 말을 한다. 개혁바람의 와중속에서 자칫 자신의 뜻과는 달리 민정계의 중진이라는 이유로 반개혁내지는 불만세력의 구심점으로 부각될 소지를 사전에 없애 김 대통령이 소신껏 개혁정책을 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개혁정책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경우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식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에 김 의원의 측근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졌다해도 김 의원은 분명 민자당내의 「실세」이며 차세대 문제가 거론될 때면 그의 이름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와함께 실세로 꼽히고 있는 민정계의 최형우 사무총장이나 김덕룡 정무1장관과는 달리 김 의원은 자신이 거느리는 「독립부대」를 갖고 있다. 대통령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생력이 있다는 것과 통한다.

사실 김 의원은 3당 합당이후 후보문제를 둘러싸고 방황하고 있는 민정계 인사들에게 「대세론」을 내세우며 세결집에 성공했다.

지난 14대 총선을 전후해 당사무총장으로서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신민주계」라고 불리는 일단의 친김영삼세력을 모아 결국 김 대통령이 경선의 관문을 통과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그때가 그로서는 최전성기였다.

지난해 8월 민자당이 김영삼총재체제로 개편되면서부터 그의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대선이후에는 그의 발언권이 급격히 떨어졌음이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조각과 당직개편 과정에서 김 대통령은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주지 않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종호의원이 당정책위 의장에,권해옥의원이 사무부총장에 임명된 것으로 겨우 체면이 살았다.

경선때 1백60여명에 달하는 원내외 인사를 「대통령후보 추대위원회」의 이름으로 결속시켰던 그였으나 지난번 출국송별연에는 28명을 초청했었고 그나마도 우여곡절끝에 12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자타가 인정하는 허주계의 한 인사는 『이제 나를 더이상 허주계로 분류하지 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김 의원의 정치적 장래 대해 당내에는 『이제는 끝났다』 『다시 살아날 것이다』라는 양극단의 견해속에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김 의원이 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물론 대부분이 민주계측 인사들이다.

그들은 『사심을 가지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사람을 제일 먼저 치는게 김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그동안 김 의원을 따랐던 민정계 인사들은 속성상 권력지향적 성향이 강해 일단 김 의원이 정치적 우산이 돼줄 수 없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맞이할 때쯤 되면 김 의원에게 또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집권 초반기에는 김 대통령이 민주계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개혁을 추진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다. 몇몇 민정계 인사들의 귀에는 벌써 개혁바람의 결과를 불안해하는 중산층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견해가 맞든지간에 지금 김 의원에게는 「때」를 기다리는 길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재산공개의 파문속에 『김 의원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느냐』 『모은행에 거액의 현금을 예치해두고 있다』는 등의 말이 나도는 등 개인적으로도 도처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말 김 의원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이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천명」에 달려있다는 점일 것 같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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