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위 1시간여 논의… 진통 시사/정 의원 “해명 해봐야” 자택은둔민자당은 1일 당기위를 열어 정동호의원을 제명처리함으로써 재산공개 파문에 대한 당내 조치를 마감했다.
당기위원장인 문정수의원은 회의후 『만장일치로 정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회의분위기는 공식 발표처럼 「일사천리」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기위가 소속의원을 제명한 것은 민자당 창당이래 처음있는 일인데다 정 의원 자신이 당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회의는 자연 신중한 모양을 갖출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회의 시작전 정 의원 부인이 『소명을 하겠다』며 회의장에 나타나 한바탕 소동을 빚는 바람에 재산공개 파문수습의 마지막 단추는 당지도부의 기대만큼 깔끔하게 채워지지 못했다.
전날 두차례 유회된 끝에 이날 다시 열린 당기위는 예정보다 20분가량 늦은 상오 9시20분 시작됐다. 문 위원장을 비롯,이택석 박우병 강신옥 백남치 이환의 황윤기 김영일 이순재 정영훈의원 등 10명의 위원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여의도 당사 3층 회의장에 들어섰다. 15명의 당기위원중 김한규 함석재의원은 외유,이인제의원은 입각,정 의원과 육사동기(13기)인 윤태균의원은 입원,역시 육사동기이자 정 의원 의원직 사퇴 종용의 악역을 맡았던 민태구의원은 지방행을 이유로 불참했다.
회의가 시작되려는 순간 의외의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비공개 방침에 따라 회의장을 나서는 보도진들을 헤치고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중년부인이 회의장에 들어왔다. 안경에 차양모자를 쓰고 검은색 점퍼,운동화차림을 한 이 여성은 신분을 묻는 당관계자들에게 고함에 가까운 소리로 『당사자다』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정 의원의 부인이며 이름은 구형선』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 여인은 『모자를 벗어달라』는 문 위원장의 요구에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다』며 모자벗기를 거부했다.
열흘전에 집을 나왔다고 밝힌 구씨는 『최형우 사무총장을 만나려고 3일간 애썼는데 안만나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의원 대신 부인이 나타난 것에 당황한 문 위원장은 백남치 기조실장을 옆방으로 불러내 구씨에게 소명자격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결론은 위임장이 없기 때문에 공식 소명으로 볼 수는 없으나 얘기는 들어준다는 것. 구씨는 위원들 앞에서 『정 의원은 군인이기 때문에 돈을 모른다. 내가 다한 일이며 죄가 있다면 나에게 있다. 부인 때문에 남편을 망쳤고 아이들 장래도 걱정된다』고 호소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9시40분께 구씨가 회의장을 나간뒤 당기위는 1시간여 논의를 계속한 끝에 정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
문 위원장은 『제명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고만 밝혔을뿐 구체적 논의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여러가지 얘기가 있었지만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해 진통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편 당사자인 정 의원은 이날 하오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자청,당의 제명조치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강성이미지」를 불식하려는듯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괴테,하이데거의 말까지 인용하며 심경의 일단을 토로하는 등 부인과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정 의원은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용기를 잃는 것은 존재를 잃는 것』이라며 자신은 재산·명예를 모두 잃고 만신창이가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정 의원은 앞에 언급한 내용은 괴테의 시구절을 인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불명예를 당해 헛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해명을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민태구의원에게 재떨이를 던지려했다는 것은 과장되었다며 『30여년간 함께 푸른제복을 입은 동기생인 친구 사이가 이제는 조사위원이 되고 한명은 조사대상이 돼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껴 고함을 좀 지른 것』이라며 해명했다.
정 의원은 『이번 일로 집사람을 호되게 나무랐으나 어느 개인이나 가정이건 취약점이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당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 본의 아니게 당을 떠나더라도 신한국 창조와 김영삼대통령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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