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달 22일자호에서 미국 대학원들에 대한 평가결과를 장장 24쪽에 걸쳐 특집 보도했다. 이 시사주간지가 해마다 직접하는 연례행사다.그러나 이번 평가는 예년 것과 크게 달랐다. 평가대상학원을 경영학·법학·공학·의학·치과·과학분야로 크게 나눠했고 의학분야는 순수의학·종합의과대학으로,과학분야는 생물학·화학·컴퓨터·지질학·수학·물리학으로 세분해서 평가했다.
평가결과 보도를 보고 놀랐던 것은 대학원들이 얻은 평가항목별 점수와 그 합산인 총점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총점 순위로 10위,25위 또는 50위까지를 나열해놓음으로써 미국 대학원들의 서열을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했다. 역시 미국인들답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것은 말이 대학원 평가지,기실은 미국의 대학평가인 것이다. 대학원 중심 대학교육이 일반화된 미국 대학교육체제의 특성 때문이다. 올해의 평가에서는 경영학은 하버드대가,법학은 예일대가,공학은 MIT가,물리학은 캘리포니아공대가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상위그룹에 끼였다가 순위가 역전된 대학도 많았다.
그러나 외부기관의 평가로 순위가 뒤로 처졌다해서 불만을 터뜨렸다거나,하위에 끼인 자기 대학 이름을 전세계에 공개했다해서 항의한 대학이 있었다는 뒷말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다음해 평가때 더 좋은 평점을 받기 위해 분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학평가제가 갖게 되는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그처럼 벼르고 별러 도입한 우리의 「대학평가인정제」의 첫 평가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형편 없으리라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너무 좋다. 우수판정을 받은 대학도 너무 많아 판정기준이 미덥지 않다. 대학의 실상을 가름하기에는 너무 애매모호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평가주체인 대교협은 54개 대학과 대학원의 물리학과와 45개 대학과 대학원의 전자공학과에 대해 학과목표·교육과정·교수·학생·시설설비·재정 등 6개 영역에 대해 18∼15개 항목을 평가했다지만,항목별 평점과 총점을 밝히지 않고 대학은 상위 20%,대학원은 10개씩만을 발표했다.
그것도 혹시나 대학의서열이 밝혀질까 두려워 「가·나·다순」의 대학이름대로 발표하는 배려까지 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아주 걸작이다. 『상위권 대학의 점수와 순위를 발표하면 대학의 서열이 드러나 부작용이 예상되며 특히 학생들에게 학내 문제의 새로운 요인을 제공하게 되어 공개치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평가영역별 점수와 총점은 대교협과 해당 대학 책임자 그리고 교육부 관계자나 알면 됐지 학생이나 학부모,나아가서는 국민들이 알아봤자 득될게 무엇이냐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 앞에 알몸으로 나서기에는 그 자화상이 너무 초라해 감히 까놓기가 겁이 났기 때문일듯도 하다.
그러나 어느 것이 이유가 됐든 평점과 순위를 숨긴 것은 「대학평가인정제」를 도입한 근본취지에 어긋난다. 우리가 21세기의 치열해질 국제경쟁사회에서 적자생존을 하려면 적자생존에 강한 2세를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세를 키워낼 우리의 대학들이 먼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른 경쟁을,통해 질높은 대학교육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을 하기 위한 전제가 「대학평가인정제」 도입의 참뜻이다. 대학들은 실상대로 평가받고 분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평점과 순위가 공개돼야 하는 명분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대학이 국민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다시 마련키 위해서도 그 참모습을 있는대로 보여주는데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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