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중국 거부권 행사 어렵다”/서방경협 중단을 우려/관망자세 유지 불가피/남북대치 고려 평화해결 노력/갈리 사무총장 중재작업 착수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일 북한의 특별 핵사찰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북한 핵이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마침 한국을 방문중인 스토얀 가네프 유엔총회 의장과 조영식 경희대 총장과의 대담을 통해 유엔에서의 북한 핵처리 전망 및 이산가족 재결합문제를 비롯한 장기적인 남북관계를 진단했다. 가네프 의장은 불가리아 부총리 및 외무장관을 거쳐 92년 9월 유엔총회 의장에 선출돼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에 이어 실질적인 유엔의 2인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 총장은 실향민 출신으로 「1천만 이산가족 재회추진위원장」직을 맡고 있다.<편집자주>편집자주>
▲조=북한의 핵문제가 동북아시아지역 정세에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백80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엔총회 의장으로서 북한의 핵문제에 관해 우선 언급해 주십시오.
▲가네프=세계적인 화해움직임이 완연한 가운데 돌출된 북한의 핵문제는 동북아의 복잡한 세력구도와 맞물려 해법이 간단치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증폭된 핵문제는 유엔으로서도 매우 걱정입니다.
현재 빈에서 열리고 있는 IAEA 특별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유엔도 구체적인 중재노력에 나설 것입니다. 갈리 유엔 사무총장도 수일안으로 북한 핵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직접 중재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본인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입장은 우선 안보리 산하기구인 IAEA가 북한과 맺은 핵안전협정(Safeguard Agreement)이 아직도 유효한 만큼,북한이 협정준수를 위해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유엔은 갈리 총장이 입안한 「평화를 위한 의제(Agenda For Peace)」의 행동준칙인 「예방외교」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입니다.
▲조=북한의 NPT 탈퇴는 한국사회에서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사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을 비롯한 양측의 꾸준한 대화노력이 결실을 맺을 단계에서 이같은 사태가 초래된 점은 못내 유감스럽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뜻밖의 행동을 했다고해서 서방측이나 우리측이 무조건 북한을 코너에 몰아서는 안됩니다. 보다 점진적이고 꾸준한 외교적 노력으로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게 선결과제입니다. 더불어 지구촌의 핵무장화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남아공화국도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스스로 파기한 적이 있고 알제리 등 일부 제3세계국가들은 아직도 비밀리에 핵무기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것입니다.
▲가네프=동감입니다. 유엔의 권능도 예전보다 훨씬 신장된 만큼 한반도의 비핵화문제 등 핵무기의 확산금지를 위해 전력투구할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 양측이 2백만의 군병력과 대량 살상능력을 지닌 첨단무기들을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문제도 군사대치상황을 고려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반도 인접국가의 다각적인 외교접촉 및 상호이해가 긴요합니다. 더욱이 중국이 이번 북한의 핵사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지가 핵심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계속 IAEA 등 관련기구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서방측의 외교적 설득 노력이 무산될 경우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궁금합니다.
유엔 공식입장이 아닌 제 사견을 전제한다면 북한 핵문제가 유엔총회내지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중국측의 지원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최악의 경우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논의가 제기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들어 유엔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중 특정국가가 다른나라와 뜻을 달리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45년이래 안보리에서 2백79건의 비토권이 행사돼 유엔기구를 무력화시키던 예전 상황과는 판이합니다. 중국이 자국의 경제개발 등 서방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있는 상황에서 고립의 길을 택할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군사적인 제재가 안보리에 상정됐을 때의 가능성에 대해선 유엔의 책임자로 언급을 회피하고 싶습니다.
▲조=남북문제에 대해 주변 열강들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게 누구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다시 이 땅에 전운이 엄습한다면 결과는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남북문제는 결국 우리 당사자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 첫단계로 민족공동체 차원에서 상호 적개심을 걷어버리고 민족동질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단계로는 양측을 겨눈 총부리를 거두고 한마음으로 민족지상과제를 논해야 합니다. 또 이러한 화해노력을 유엔이 지원해야 합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평화의 해」입니다. 이 땅에 휴전선을 만든 주변열강들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기틀을 만든다면 뜻이 깊을줄 믿습니다.
또한 한반도는 1천만 이산가족의 한을 안고 있습니다. 올해 유엔의 역점 사업중에 이산가족의 상봉문제가 포함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사실입니다.
▲가네프=조 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1천만 실향민 재상봉문제는 세계의 비극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2천만 난민과 1천7백만 이산가족이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남북한 국민들이 분단된 조국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실을 뉴욕 유엔본부에 돌아가는대로 갈리 사무총장에게 보고해 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조=유엔의 역할과 책임이 날로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냉전구도의 와해이후 국제정치무대에서 차지하는 유엔의 위상강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가네프=하지만 어려움도 많습니다. 가장 힘든 문제가 재정확보난입니다. 유엔의 재정적자는 매년 20억달러에 가까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이 약속한 기부금을 체납하는 바람에 유엔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인구의 5분의 1이 기아와 전쟁,질병에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국들은 1분에 2백만달러를 군비확충에 쏟고 있습니다.<정리=이상원기자>정리=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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