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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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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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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이 활짝 기지개를 켜는 4월이다. 봄비에 촉촉히 젖은 대지가 더욱 화신을 재촉한다. 담장가 개나리가 화사한 꽃무더기로 피어나고,목련도 수줍은듯 순백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아무래도 이 땅의 봄소식은 샛노란 개나리꽃과 더불어 온다. 개나리가 봄의 언덕을 황금빛으로 물들여주면 토끼풀과 지칭개가 파릇한 잎을 자랑한다. 그리고 애기씨꽃과 봉숭아 살구꽃이 다투어 피어나서 꽃대궐을 이룬다. 4월의 색조는 개나리를 시작으로 만화방창,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는 것이다. ◆봄의 낭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개나리는 서민이 사랑하는 꽃이라서 좋다. 또 아무데서나 쉽게 자란다. 꺾이고 밟히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왕성한 생명력이 우리 서민들의 성정을 닮았다. 호암 문일평에 의하면 개나리는 수분을 아는 우리 민족의 꽃이다. ◆꽃샘바람과 함께 사정한파가 휘몰아쳤다. 권력과 부를 함께 누려왔던 몇몇 세도가들이 낙엽처럼 떨어졌지만,5공과 6공 시절에 실세로서 「금융계의 대통령」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의원은 공개경고로 면죄부를 받았다. 도대체 어떤 기준,어떤 잣대로 단죄했는지 민자당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기준에 대해 납득할 설명이 없을 때,「주구」는 잡고 「황구」는 살려줬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번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에 대해서 온국민이 박수갈채를 보낸 것은 깨끗하고 정통성을 지닌 김영삼정부가 드디어 고질적인 부패와 병과를 도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가 겨우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데 따른 국민의 허탈감은 무엇으로 달래줄 것인가. 개나리는 피어나는데 국민의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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