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원 “정치적 희생양” 반발/“이젠 여도 궁핍” 살림축소 나서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민자당의 소속의원 재산공개부터 파문수습까지 걸린 시일이다. 열흘에 불과한 이 기간을 놓고 민자당 의원들은 『마치 10년은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한다.
재산공개의 파문과 충격이 의원들에게 그만큼 부담스러웠다는 얘기이다. 이는 또한 파문의 1회성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일대전기로 작용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자당은 문제의원들에 대한 일련의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후유증 치유를 위한 더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일부 의원에게 제재를 가했다지만 국민감정에 비춰 볼때 민자당 전체가 적지않은 정치적 상처를 입은 셈이며 일부 의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당지도부에 불만을 갖고 있어 내부 갈등요인도 적잖게 잠복해있는 상태이다.
또한 민자당측의 일방적인 「파문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의원들의 감춰진 부정축재 사실이 불거져 나올 경우 재산공개 파문은 언제라도 제2라운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이밖에 정치인 및 유권자들의 근본적인 의식개혁이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정치자금의 갑작스런 동결은 「여권프리미엄」을 즐기던 상당수 민자당 의원들을 당황케하고 있다.
○…민자당은 31일 전날의 수습책 발표에 이어 당무회의 당기위 소집 등으로 재산공개 파문수습을 위한 마무리작업에 진력했으나 홍역뒤끝의 진통이 계속돼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경고조치를 당한 의원들은 『이유나 알자』면서 당직자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제재대상이 된 의원들의 이같은 반발은 당의 조치를 엄격한 기준에 따른 납득할만한 징계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희생양」으로 선택됐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재산공개 파문을 「눈감고 지뢰밭 지나가기」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
따라서 대다수 문제의원들은 자신에 대한 당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다른 의원들도 이를 「재수가 없어서」 정도로 바라보는 측면도 있다.
특히 민주계에 중징계를 당한 의원들이 없으며 이원조·금진호의원 등이 여론의 비판정도에 비해 가벼운 조치를 받았다는 점 등은 민정계 의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파문수습의 실무총책을 맡았던 최형우 사무총장은 사무처 요원 감축에 이어 또다시 「손에 피묻힌」 격이 되자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한채 이 문제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경고기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 총장은 괴로운 표정으로 『이제 그만하자』며 입을 다물었다.
최 총장은 비공개 경고의원 명단과 경고이유 등에 대해 다른 당직자들에게 『일절 얘기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 이번 파문수습이 또다른 당내 분란을 낳게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는 듯한 눈치다.
○…정동호의원이 노골적으로 당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조진형·김영진의원 등 경고를 받은 의원들은 당직자들에게 『내가 경고받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완곡하게 반발을 표시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아침 일찍 당사에 찾아와 김종필대표와 최 총장에게 경고배경을 묻고 당의 조치에 순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특히 최 총장에게 『영문을 모르겠으나 시대흐름에 따라 어차피 누군가가 들어가야 하므로 순응하겠다』고 말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김영진의원 등도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이유나 알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일부 민정계 중진의원들은 『처리과정은 아니더라도 이유는 가르쳐줘야 하지 않느냐』는 동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자당 의원들은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자금 거부」 선언에 이은 재산공개 파문의 결과로 벌써부터 「궁핍한」 생활을 시작했다.
의원들은 『이제 과거와 같은 풍족한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구당 운영 등 살림규모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고 달라지는 정치풍토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 당직자는 『사실 의원들의 부동산이 많은 것은 선거 때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부동산을 통한 선거자금 마련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만큼 선거운동 방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과거엔 친구들로부터 약간씩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서인지 후원금을 주는 경우가 일절 없다』면서 『불가피하게 지구당 인원을 줄이고 살림을 축소하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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