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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정화」도 의문 많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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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정화」도 의문 많다(사설)

입력
199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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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위공직자의 과다한 재산축적과 관련하여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채 5명만을 인사조치함으로써 차관급 재산공개 파문을 서둘러 마무리지은 것은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차관급에 대한 「몸가짐 세탁」을 끝낼 수 있다고는 국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처벌기준도 원칙도 없이 모호한데다 처리종결을 서둘렀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되레 의구심만 증폭시켰다는 점을 정부는 깊이 새겨야 한다. 정부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차관급의 재산공개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여 위법사실이 드러난 경우는 가차없이 공직에서 손을 떼게해야 할 것이다.사실 지난달 27일 차관급 1백25명이 재산을 공개했을 때 국민이 느껴야했던 또 한차례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당초 총무처는 앞서 단행했던 장관급과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비서관,민자당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때에 가격산정 기준 등이 통일되지 않아 많은 의혹과 불신을 초래했다고 보고 토지는 건설부 공시지가,아파트 등은 기준시가,단독주택 빌딩 등은 시가,골동품과 보석류 등은 시가 또는 감정가로 산정키로 했던 것이나 막상 공개한 내용은 앞서 공개 때의 사례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후 드러난대로 재산 자체의 축소은폐,직위를 이용한 땅매입,무연고지의 투기성 땅소유,가족명의 과다한 땅보유 등 과연 이들이 고위공직을 말을 자격이 있는가 하면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물론 재산이 많다는 것이 무조건 흠이 될 수는 없다. 공인답게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축재하고 합법적으로 유산 등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된 것이라면 시비할 것이 하나도 없다. 문제는 공무원으로 입신해서 20∼30여년간 누구나 아는 빠듯한 봉급으로 어렵게 생활해온 인사들이 개발과 관련있는 요직이나 지방의 기관장 등을 거치면서 재력가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 차관급 공개에서 드러났듯이 상당수,특히 검찰 간부들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수도권 일원과 서해안 등 소위 투기지역의 넓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또 20여명이 1가구 2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가족들 명의로 이곳 저곳의 땅을 매입했으며,어느 청장은 10수억상당의 호화주택을 임대중인가하면 역대 대다수가 현금과 골동품 서화 보석류 등을 신고하지 않은 것 등은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황인성 국무총리가 차관급 처리내용을 발표하면서 『사실 확인결과 일부내용이 공개내용과 상이하거나 취득경위와 증식과정이 문제가 있어 인사조치하고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10여명은 경고할 방침』이라고 한 것은 명쾌하게 수긍하기가 힘든다. 어떤 객관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5만명을 추리고 나머지를 제외한 것인지 마땅히 밝혔어야 했다. 「여론의 지탄대상자」라는 점도 막연하기 짝이 없다. 감정적인 판단이나 여론재판식의 정계는 공직사회의 안정과 보호를 위해서도 지양해야 하는 만큼 어떤 수준 이상으로 불법부당한 축재를 했기 때문에 경고하기로 했는지 그 기준과 대상자를 명확하게 국민에게 공개해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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