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자 숨죽인채 안도/탈당·사퇴파 두문불출/“자성의 뜻” 장학사업 활기재산공개 파동 기간동안 산사처럼 조용하던 국회의원회관이 31일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비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회관앞에는 민자의원들의 대형승용차가 빼곡히 주차해 있었다.
혐의를 벗은 민자의원들은 「칩거생활」을 벗어던지고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의 방을 오가며 담소하는 의원들도 많았다. 재산공개후 내내 회관을 짓누르던 긴장과 초조감은 없어진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울한 구석도 있었다. 바로 징계의 포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원들의 방이 「응달지대」였다. 의원직 사퇴나 탈당을 선택한 의원들은 예외없이 부재중이었고 경고를 받은 의원들도 기운 빠진 모습이었다. 보좌관과 여비서들도 일손을 놓고 있었다.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들녘 같았다.
○…탈당의원이나 사퇴의원은 칩거하거나 잠적한 상태다. 한마디로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 그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박준규의장 역시 외부인사의 면담신청을 「짐」으로 여기고 있다. 재산공개이후 사문불출한 그는 계속 공관에서 첩거중이나 신변정리에 들어간 느낌이다.
비서실 직원들은 직무대행 절차를 처리한후 삼삼오오 모여 재산공개의 뒷얘기를 나눴다. 자신들의 장래도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박 의장과는 달리 의원직을 사퇴한 김재순 전 의장도 가능한 외부인사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의 회관 사무실 223호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샘터사에도 나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김 전 의장의 심사는 착잡함 그 자체다. 조용히 쉬고 싶다는게 그분 생각』이라고 말했다.
막판까지 버티고 있는 정동호의원은 격한 감정을 다소 가라앉히고 당측과 거취를 협의하고 있다. 정 의원은 문정수 당기위원장과 3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당지도부는 당기위를 하루 연기,1일 개최키로 하는 성의를 보였다.
맨먼저 의원직을 던진 유학성의원은 30일 지역구(예천)에 내려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경위를 설명했다. 국방위원장실에는 여직원 혼자만 남아 잔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구속된 김문기의원의 경우 보좌관 등이 의원회관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어 최악의 케이스임을 실감케하고 있다. 탈당한 임춘원의원은 칩거중이며 의원회관 사무실에 있는 비서진들도 망연자실해있는 상태다.
반면 공개경고를 받은 의원들은 불만과 다행을 함께 느끼며 자숙하는 분위기다. 경고대상인 5명 의원중 일부는 「형평」 「희생양」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억울함을 밝혔으나 대체로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평우·조진형의원은 이날 열린 내무위에,김영진의원은 교체위에 각각 출석해 부산 열차사건 논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자리만 지켰을뿐 침묵으로 일관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을 노출.
이들 세의원과는 달리 6공 실세였던 이원조·금진호의원은 당분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자택에서 칩거중인데,심적충격으로 몸져 누워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 의원은 분위기가 진정되면 서서히 활동을 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 의원은 특히 오는 4월의 IPU 총회 참석사절로 내정돼있다가 교체되기도 했다.
IPU 참석자중 교체된 의원에는 정재문 외무위원장도 끼여있어 정 의원이 비공개 경고대상임을 간접 증명해주기도 했다.
○…재산공개를 계기로 장학사업 등이 활기를 띨 분위기다. 오래전부터 장학재단을 운영해온 의원들은 출연금을 늘리려하고 있고,일부 의원들은 신규재단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탈당한 의원 및 경고대상 의원중에서도 사회환원을 계획하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장학사업 등이 재산공개로 인한 흠집을 감추려는 의도로 해석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의원들은 『계획은 있지만 파장이 가라앉은후 밝히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박 의장은 금년 후반기에 송산문화재단을 설립,문화·예술사업에 일조할 계획이다.
임춘원의원은 군산 관광호텔의 지분,인천의 대지 등을 전액 재단에 기증하고 재단이사장도 부인에서 제3자에게 넘기겠다고 밝힌바 있다. 유학성의원도 장학사업을 하겠다고 의원직 사퇴성명에서 밝혔다.
경고대상 의원인 금진호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추진해온 항소장학재단을 조속히 시일내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현금 2억원과 임야 일부를 출연할 방침. 남평우의원도 4년전부터 해온 장학사업의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당내 재력가 의원중 김진재의원은 72년 설립한 동일장학회에 추가 출연을 계획중이며 최돈웅의원은 몇년간 해온 강촌장학회·소년 소녀 가장돕기 사업을 확장키로 했다. 이현수의원은 특수장애자 재활학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승무의원은 85년 설립된 서봉문화재단의 정관을 변경,증자를 할 예정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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