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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도덕불감증에 경종”/재산파문 매듭 청와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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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도덕불감증에 경종”/재산파문 매듭 청와대 표정

입력
199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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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축 우려 개혁속도 조절/김 대통령 “인간적으로는 아픔”청와대는 31일 재산공개 파문이 민자의원 징계와 차관급 5명의 사표수리로 마무리됐음을 「기대」를 섞어 분명히 했다.

공개기준 모호나 처벌의 형평성 문제가 일부 제기돼 찜찜한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재산공개 회오리속에 개혁정책 자체가 휩쓸려 들어가 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으로 또 문제가 생기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원칙론을 밝히고 있지만 이쯤해서 재산공개 파문이 매듭지어지기를 희망하는게 확실하다.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 사회가 너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었다』며 『그래서 권력과 직책을 통해 돈을 버는 것까지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었는데 이번에 분명히 도덕적 기준이 선명히 드러났다』고 파문의 성과를 평가했다.

경제위축에 대한 우려도 조기수습과 국면전환을 서두르도록 재촉한 큰 요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한결같이 『4월은 경제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정부출연 연구기관장들과의 조찬 자리에서 『재산공개를 일단 마쳤지만 이는 누구를 밀어내고 누구를 안으려는게 아니었다』며 『선진사회로 가기위한 도덕적 기준을 마련하게 된 획기적 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의의를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앞으로 권력이나 직위로 돈을 번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이런 것이 발견될 때는 철저히 추적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통령도 재산공개 파문에 따른 조치를 단행하면서 인간적으로 상당한 아픔을 겪었던 것 같다. 김 대통령은 특히 지난 30일 새벽조깅을 끝낸후 땀을 닦으면서 40년지기인 김재순의원을 사퇴시키게 된데 대한 아픔을 측근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참으로 가슴 아프다. 87년 대선이 끝난후 그 양반이 처음 집으로 찾아와 「다음에는 김 총재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역사적 필연이니 실망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까지 했다. 그렇지만 친구라고 눈감아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승복 안할 것 아니냐.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내 스스로 눈물을 흘릴 정도다. 개인적으로 섭섭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당사자들은 억울해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내가 애당초 김 의원을 의심했다면 한일 의원연맹회장도 시키고 그렇게 신임했겠느냐. 모두 옷을 깨끗하게 단정히 입었는데 속에 무엇을 입었는지 알 수 있느냐』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재산공개를 유도한 것은 새 공직사회 풍토조성에 있었지 과거를 들추어내 처벌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져 번져가니까 부담을 안으면서도 특유의 정면돌파식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오는 6일로 예정된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가 또 어떤 여파를 낳을지 신경이 쓰이는 눈치이다. 여야간의 실리차원을 떠나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공개후 문제가 있으면 자신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진공개인데다 정부·여당과는 달리 권력이나 공직을 이용한 축재는 없을 것 아니냐』며 『다만 누락사실이 드러나거나 중진의원이 거액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현재 청와대 분위기로는 또 한번 소용돌이가 이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야당도 이 기회에 부정한 돈으로 정치하려는 사람이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청와대가 이번에 자진공개를 차관급 가까이에서 끝낸 것이나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조치 매듭시점과 그 정도 등을 정하는데는 민심동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련수석실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안정 52% 개혁 32%였고 변화속도는 「천천히」 77%,「빨리」 20%였다고 한다.

반면 새정부의 개혁에 대한 기대는 출범초 50%에서 80%로 높아졌다는 것. 또 재산공개에 대해 70% 이상이 찬성하면서 구체적으로 「속이 시원하다」 「묵은 한이 풀렸다」 「새대통령의 결단력이 생각이상으로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공개방법과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돼 「부동산 공개이지 재산공개가 아니다」 「재산형성 과정이 불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좌절감,돈 가진 사람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풍조,정치적 숙정시나리오로 보는 왜곡된 시각,사회분위기 경색에 의한 경제위축 등이 재산공개 파문의 부정적 영향으로 지적됐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같은 일부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얻은 쪽이 더 크다는 판단인 것 같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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