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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어디로 가나(이그나텐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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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어디로 가나(이그나텐코칼럼)

입력
199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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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관료집단이 변수지난달 29일 끝난 러시아 인민대표대회 제9차 임시회의에서 한 대의원은 『우리 자신이나 남을 속이지 말자.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입지는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견고하다. 인민대표대회를 소집한 보수세력들은 국민의 눈앞에서 대통령을 불신임함으로써 일방적인 양보를 얻어내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대통령은 의회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고 그의 권한은 「명목상의 대통령」으로 전락되고 의회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적을 제거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욕구이고 대체로 합법적이다. 러시아 의회는 대통령 반대세력을 결집시켜왔으며 실제로 지난 인민대표대회 참석자의 3분의 2는 반옐친파였다.

국민밖에는 두려운 것이 없어 보이는 인민대표대회는 비건설적인 봉쇄조치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진을 빼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조기 실시하자는 옐친 대통령과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의 타협안에 대해 의회가 두사람 모두를 겨냥한 신경질적인 「마녀사냥」을 되받아친 것이 단적인 예다. 이같은 의회는 타협을 이끌어낼 수 없으며 정국을 이끌 수도 없다. 옐친은 국민투표든,조기선거든,신헌법 채택이든,뭐든지 좋다고 제안했지만 의회는 의도적으로 대결악화를 노린 안을 제시했다.

의회는 강권통치자와 싸운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옐친은 강권통치자가 아니다. 옐친은 독재자가 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럴 뜻이 없다. 옐친은 그를 뽑아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자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마지막 방어선인 동시에 의회의 강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보호막이다.

옐친은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와 탄핵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뒤덮고 있는 두꺼운 구름장은 언제 걷힐지 알 수 없다. 러시아에 참된 정치적 평화가 이뤄지면 새 의회가 꼭 필요하지만 현 의회는 의회해산을 허용할 것 같지 않다. 지난 28일 의회는 타협의 기회를 잡고도 이를 놓쳤다.

이로써 의회는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고 정치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옐친은 이번 회기에서 탄핵요구 세력들을 누르고 승리함으로써 개혁반대파들과의 오랜 싸움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대의원들은 처음 정부를 퇴짜놓고 이어 그들의 의장마저 거부했다가 둘다 실패함으써 그들의 입지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대통령과 의회의 끝없는 줄다리 싸움은 양측 모두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위가 강화될 유일한 세력은 중도파인 「시민동맹」이다.

옐친은 정적들이 주장하듯 진정 민주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났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 막 태어난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의회 보수파들은 옐친의 지난달 20일 TV 연설은 쿠데타 기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쿠데타란 말인다. 옐친은 국민에 의해 뽑힌 최고 지도자로서 전제통치가 아닌 자신과 의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을 뿐이다.

옐친은 국민투표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하는가. 옐친은 자신의 요구에 대한 국민의 추인을 원할 따름이다. 이는 개혁이행을 가능케하는 단 하나뿐인 안전장치이다. 국민투표에서 신임을 얻는다해도 그것이 곧 옐친에게 지역통제권의 확립이나 행정부의 효율적인 역할,경제소생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각 지방과 자치주가 모스크바의 정치투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것은 명백하다.

지난 임시회의에서 보수파들이 의석에 앉아있는 동안에도 국민은 옐친을 지지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돈 코사크족과 시베리아 광원들의 옐친지지 시위에서 보듯 국민은 직선대통령의 운명을 결코 무관심하게 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사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멈칫거리다 쓰러진 우유부단한 개혁가가 많다. 옐친은 지난 인민대표대회에서 정치적 수완과 의지,그리고 선배개혁가들이 걸었던 어두운 운명을 비켜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대중의 지지를 모두 갖추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대통령과 의회 양진영은 이제 새로운 정치대결의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양진영은 극히 불안정한 3개 집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 세집단이란 정치에 냉담한 1억5천만명의 국민,오직 기득권을 지키는데만 골몰하는 거대한 관료집단,옛 소련제국 변경에서 5년간 복무하다 아무 대책없이 러시아로 귀환하게돼 불만에 가득찬 2백70만명에 달하는 군인들이다.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대통령편에 설 것임을 보여준다. 군과 관료집단도 그럴지는 분명치 않다. 그들이 중립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은 만족할 것이다.<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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