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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 상속·증여세의 허점(부의 대물림/세금 사각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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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 상속·증여세의 허점(부의 대물림/세금 사각지대:중)

입력
199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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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유산에 “쥐꼬리세금”/엉성한 그물… 뻥뚫린 구멍/제벌들 상속세는 “믿거나 말거나”식/물의공직자 탈·절세도 압권/재산세탁 지능화에 세정 헛걸음 일쑤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밝혀진 의원들의 재산 취득과정을 살펴보면 상속세 증여세를 어떻게 절세·탈세하는지를 알려주는 백과사전적 안내서를 보는 것 같다.

국회의장을 지낸 고위정치인은 60년대 개발예정지의 땅을 당시 13세밖에 안된 아들명의로 구입하고 아들은 또 이 땅에 70여채의 집을 지어 집장사를 함으로써 세금을 거의 내지않고 고스란히 재산의 대물림을 했다. 모 국회의원은 91년 시가 5억원을 넘는 집을 8세밖에 안되는 손자에게 사줬고 또 다른 의원은 매입당시 15세 안팎의 2세들에게 서울 강남일대 노른자위 땅을 매입,상속시켰다.

이들은 사실상 사전상속을 했으면서도 재산상속 과정에서도 반드시 내야할 증여세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이들의 상속은 사망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법적인 의미에서의 상속이 아니고 또한 교묘한 방법으로 증여형식을 피했다. 8세 손자에게 5억원 상당의 집을 사준 의원은 양도세 등 9천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고 60%까지 내야하는 상속·증여세의 그물을 완전히 빠져나갔음을 뜻한다.

개인이 사망하는 시점에 갖고있던 전재산에 대해 일정세율에 해당되는 세금을 납부토록 하는 것이 상속세다. 세율은 금액별로 최저 10%에서 최고 60%이다. 상속세의 경우 10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55%를 세금으로 내야하고 증여세는 5억원을 초과할 경우 60%를 세금으로 내도록 돼있다.

대부분의 재벌들도 실질적인 경영권은 2세 또는 3세에게 이미 넘겨줬으나 이들이 낸 상속·증여세는 뺄 것 다 빼고 남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난 91년 대한유화의 이정림씨 사망후 그의 2세들이 총 2백78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한 경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상식선에서 납득할만한 상속세를 신고한 재벌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재벌랭킹 30위권인 범양상선의 박건석씨 유족의 세금이 1백82억4천5백만원으로 역대 랭킹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박씨의 갑작스런 자살로 국세청이 막바로 세무조사에 들어가 추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대부분 재산가들은 살아있는 동안 사전상속,위장증여 등 갖가지 수법으로 절세와 탈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고위 공직자의 재산공개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배우자와 아직 성년도 안된 2세,3세들이 대저택과 엄청난 땅을 갖고있는 것도 공직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세금없이 대물림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눈가리고 아웅식 탈세의 결과라는 평이다.

재벌과 공직자 가릴 것 없이 이처럼 상속과 증여과정에서 갖은 탈세·절세수법들이 동원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의 부과실태는 국제적으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국세중 상속·증여세의 비중은 81∼86년 0.6∼0.7%에서 90∼92년 1.3%로 높아졌으나 일본의 4.1%에 비해서는 아직 크게 낮은 상태다. 지난해 국세청 세수 32조6백48억원중 상속세는 4천3백33억원에 불과했다. 사망자 1천명당 상속세 과세자수도 90년 9명에서 지난해 11명 수준으로 늘었으나 이것 역시 국제비교를 해보면 최하위급이다. 지난해 총 사망자수 25만3천명중 상속세를 납부한 수는 2천8백69명. 이에비해 일본의 경우 사망자 1천명당 79명,미국 73명,영국은 72명에 달한다. 이들 국가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상속과세자 수가 15%밖에 안되는 셈.

변칙적인 증여·상속이 가능한 것은 관련세제와 행정에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를 포함한 상속세제와 이에 관련된 세무행정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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