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 버스속에 우연히 열차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활동에 뛰어든 부산지방 철도청 소속 해운대구 우1동 철도건널목 안내원 이정봉씨(48)는 수십여구의 시체를 수습하며 밤을 새우는 동안 자신이 죄를 지은양 괴로워했다.이씨가 참사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발생 10여분뒤. 총 9량의 열차 가운데 맨앞의 기관차와 발전차,객차 2량 등 4량이 이미 침하된 흙더미속에 처박히거나 동강난채 나뒹굴고 있었다.
찌그러진 객차속에서 사상자들이 차체틈에 끼여 신음하는 생지옥이었으나 부산소방본부 소속 119 인명구조대원 9명만이 바삐 움직일뿐 1천여명이 넘는 주민은 팔짱을 낀채 구경만하고 있었다.
『사지가 잘려 나가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체를 한구씩 꺼낼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는 이씨는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신없이 움직였을뿐 철도인으로서의 직업적인 소명의식 때문에 구조작업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73년 부산지방 철도청 소속 철도보선원으로 철도와 첫 인연을 맺은 이씨는 『사고원인이야 어떻든 철도인의 한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부산=목상균기자>부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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