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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개혁에 장애” 발빠른 행보/재산공개… 파문… 수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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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개혁에 장애” 발빠른 행보/재산공개… 파문… 수습까지

입력
199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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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척결 넘어 「정계재편」 실마리 제공/당갈등 치유·정치력 복원 시간 걸릴듯/징계방법·형평성 적법여부 논란도민자당의 재산공개 파문이 29일 박준규 국회의장의 탈당과 김재순 전 의장의 의원직 사퇴로 수습국면을 맞았다. 민자당은 30일 자진사퇴와 탈당 등으로 물의 의원에 대한 신상처리를 매듭짓고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완전수습할 계획이다.

민자당 차원에서는 이같은 조치로 이번 문제가 수습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재산공개 파문은 앞으로부터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재산공개를 주도한 청와대나 민자당 지도부는 재산공개의 이면에 부패구조 척결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정계재편의 단초가 열리는 형태로 나타났다. 거취문제를 결정했거나 경고를 받은 의원들의 대부분이 민정계임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민자당의 중심축이 민주계로 이동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의 재산공개는 이를 재확인시켜주었다. 사안이 경미했거나 적극적 소명이 주효해 의원직 사퇴라는 극약처방을 면한 경우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재산을 공개하면 그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고 15대 총선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지나치게 한가로운 전망이 돼버렸다. 3년뒤인 15대 총선까지 갈 것도 없이 공개하자마자 사실상의 정계개편이 시작돼 버렸기 때문이다.

민자당 재산공개의 파문은 민자당내의 세력재편은 물론 여권 전체의 세력재편을 가속화시킨 측면도 크다. 그리고 이는 민자당의 왜소화와 정치권 전체의 탈세력화로 귀결된다. 민자당은 파문의 시작단계에서부터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사태의 당사자이면서 해결책 마련에서는 제3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새정부가 출범할 때 국회가 모처럼 제기능을 되찾고 정국운영의 주도권이 정치권에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민자당은 재산공개 파문으로 오히려 이미지 실추를 감내해야만 할 처지가 됐다. 청와대의 주돈식 정무수석이 김종필 민자당 대표를 여의도 당사로 방문해 엄정한 처리방안 마련을 촉구한 것이나 파문수습의 수위가 민자당보다는 청와대에서 결정되었음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민자당은 파문수습이 시간을 끌 경우 새정부의 개혁추진에 장애가 됨은 물론 자칫 통치권 차원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음을 감안해 조기수습에 노력했지만 「징계형량」의 형평성과 방법이 적법이었느냐 하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민자당은 당헌·당규에 의한 당기위 소집으로 징계조치를 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속전속결 전략을 택했다. 민자당은 국민감정과 여론을 무기로 하여 당사자인 자진결정을 유도했지만 박 의장의 반발 등에서 보듯이 간단치 않은 저항을 받기도 했다. 박 의장의 경우 비록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자진사퇴가 아닌 「탈당」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하긴 했지만 본인 자신이 공개적인 소명기회를 요구하고 있고 박 의장의 저항이 민정계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심정적 동조를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일각에서는 4월 임시국회에서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문제가 본회의 표결에 회부될 경우 민정계를 중심으로 해 상당한 조직적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같은 현상들은 여권핵심부가 스스로 실토했듯이 이처럼 엄청난 파장이 휘몰아 칠 것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재산공개를 추진했다는데서 출발한다. 이는 확대해석하면 여권핵심부 자체가 재산공개가 가져올 혁명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민자당이 재산공개 파문의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여권 전체의 노력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여권은 민자당이 재산공개 파문으로 잃어버린 정치력을 복원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청와대측이 민자당에 많은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여론의 흐름을 의식한 나머지 민자당마저 차별화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민자당은 민자당대로 이번 파문으로 야기된 당내 갈등요인을 치유해야만 하게 됐다. 김재순 전 의장이 정계 은퇴사에서 밝혔듯이 토사구팽(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먹는다)의 심리가 민정계 의원들 사이에 팽배해있다. 민정계 의원들은 개혁의 명분에 짓눌려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계기만 주어지면 이 불만을 표출시킬 것이란 얘기도 있다.

민자당은 4월23일 실시될 보궐선거와 뒤이어 소집될 임시국회를 통해 정치력을 복원시킬 예정이지만 이번 파문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여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과 표류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자당의 원상회복이 기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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