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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공개 미룰 일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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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공개 미룰 일인가(사설)

입력
199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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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일파만파로 충격을 확산하는 가운데 「사회적 양심의 최후 보루」로 일컬어지는 사법부의 재산공개 동참여부가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한 고위당국자는 29일 『차관급의 재산공개로 공직자 재산공개는 끝났으며,사법부와 군과 국영기업체 임직원의 재산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의 재산공개가 4월 임시국회에서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이후로 미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는 사법부의 재산공개가 지연되는데 대해 찬동할 수 없으며,사법부도 예외없이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산공개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김영삼 대통령이 먼저 수범을 보였으며,각료와 집권 여당 의원들,그리고 차관급 공무원까지 뒤를 이었고,4월초에는 야당 의원들도 재산을 공개할 태세다.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이같은 재산공개는 단순히 「윗물맑기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부정부패척결을 목표로 내건,총소리없는 혁명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김영삼 정부의 잘한 일중의 하나로 절대다수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를 들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가 전례없이 높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국민의 관심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고위공직자의 축재비리에 대한 「한풀이」 차원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가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을 위한 자정능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고,「총체적 부패」로 이어진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대안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재산공개를 4월 임시국회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이후로 미뤘던 야당까지도 즉각 재산을 공개하기로 당론을 바꾼 것은 그같은 민심의 향배를 읽은 결과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김영삼대통령의 재산공개 드라이브가 본래 정계의 물갈이를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출발한 것인지,아니면 순수한 「깨끗한 정치」의 다짐에서 나온 것인지를 논란할 때는 아니다.

사법부는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이 시점에서 그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시대의 흐름이며,국민의 신뢰를 새롭게 다짐받는 역사의 매듭풀기라는 점에 동의해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 없는 재산공개에 따를 수 없다」거나,「독립된 사법부가 정치권의 운동에 휘말리는 것은 좋지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법부가 계속 머뭇거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걱정을 갖게 한다.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하라는 것 같지만,온 사회가 다 썩더라도 시대의 의인으로서의 재판관이 살아있으면 그 사회는 소생할 희망이 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만약에 사회의 소금구실을 할 사법부가 부패를 도려내는데 과감하지 못하다면 「없는 자」와 「억눌린 자」의 정의는 찾을 길이 없게 된다. 사법부가 한점 부끄러움 없는 자정의지를 솔선해서 보여줄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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