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3m 아래로 곤두박질/차잔해·시신 뒤섞여 아비규환/부상자들 틈새끼여 신음·절규【부산=임시취재반】 2백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무궁화호 열차 사고현장은 지진이 휩쓸고 간 폐허를 방불케 했다.
객차는 중간부분이 동강난채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있었으며 열차틈새에 끼인 부상자들은 고통에 절규하며 구조를 호소했으나 기중기 절단기 등 구조장비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숨지기도 해 구조반을 애타게 했다.
▷사고순간◁
사고는 열차가 경남 양산군 물금면 경부선 물금역을 지나 부산 구포역 전방 1㎞ 지점을 시속 85㎞ 정도로 달리는 순간 발생했다.
기관사 노진환씨(36)는 『사고지점 50여m 전방에서 철로지반이 푹 꺼지는 것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으나 정차하지 못하고 그대로 달리다 탈선했다』고 말했다.
기관차는 탈선하면서 그대로 3m 아래로 곤두박혔고 발전차는 제방아래로 굴러떨어졌으며 5호·6호차는 동강난채 전복했다.
5·6호차 중간에 타고 있던 김경혜씨(31·여·부산 북구 주례동 301)는 『차가 급정거하려는 순간 땅이 꺼지는 것처럼 내려앉았다』며 『5호차에는 갑자기 모래·자갈이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객실을 뒤덮었다』고 말했다.
6호차에서 기적으로 살아나 성심병원에서 치료중인 이정희(23·여) 석우씨(20·부산 북구 구포1동 83) 남매는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아 1백여명의 승객들이 앞쪽으로 쏠리는 순간 꽝소리가 나며 차량이 두동강났다』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병실이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총 9량 가운데 맨앞의 기관차와 발전차 객차 5·6호차 등 4개의 차량은 처박히거나 뒤집힌채 완전히 부서졌으며 객차속에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차체의 틈에 끼인채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기관차는 침하된 철로 3m 아래로 그대로 내려앉았고 발전차는 철길 제방 왼편 3m 언덕아래로 굴러떨어졌으며 6호차는 중간부분이 두동강났다.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상자 가족들은 봄비가 퍼붓는 가운데 조각난 객차안에서 사지가 찢겨진 시신이 실려나올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으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다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보상◁
철도청은 사망자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허용한도내에서 사망자 배상금·의료비·장래비 등을 최대 배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앞으로 구성될 유족·희생자가족회와 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철도청은 일단 사망자에 대해서 1인당 2백만원의 장례비를 지불하고 보상은 중간이자를 공제하고 손해 전액을 일시불로 지불키로 했다.
▷사고대책◁
황인성총리는 사고가 나자 이날 하오 10시께 이계익 교통부장관과 함께 임시 동기열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29일 상오 3시께 현장에 도착해 수습에 나섰다.
황 총리는 출발에 앞서 청와대로 전화를 걸어 김영삼대통령에게 사고개요 및 원인을 보고하고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 등에게 최대한의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철도청은 본청과 부산지방청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사고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는 한편 강신태청장이 하오 7시께 사고현장으로 내려가 수습을 지휘했다.
◎빗속 구조 늦어져/황 총리 현장 수습지휘
▷구조◁
사고가 나자 부산시와 부산지방 철도청은 북구청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시내 대형병원 앰블런스를 총동원,사상자 구호에 나섰다.
또 주민들도 1톤급 화물차를 동원,사망자들을 실어 날랐다.
부산지방 철도청은 2백여명의 직원과 기중기 2대 포클레인 등을 동원,탈선열차를 복원시키는 등 열차소송대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데다 지반이 내려앉아 중장비들이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워 복구와 구조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구겨진 객차에 끼인 부상자들은 구호장비가 도착하기전에 대부분 출혈과다로 숨져 구호반의 애를 태웠다.
하오 8시30분께 6호차에서 6살,10살난 어린이 2명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사체로 발견됐고 기관차안에도 1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기관차가 지반아래로 내려앉아 있어 구출에 애를 먹기도 했다.
부산시는 사고현장 인근 부산지하철 2호선 207관구 현장사무실(시공회사 (주)광주고속)에 사고대책본부를 마련,구조작업과 사상자대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정문화 부산시장은 사고현장에 나와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차체가 두동강난채 전복돼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6호차내에는 사고 5시간뒤인 이날 하오 10시30분까지도 많은 사상자가 객차내에 남아있어 구조작업이 계속됐다.
◎안전대책 무시 굴착공사/한진건설 대표 긴급 수배
▷수사◁
수사에 나선 부산지검과 부산 북부경찰서는 현장부근서 한진건설이 전력구 설치를 위해 지하 굴착공사를 벌이면서 지반강화 조치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약화된 지반이 열차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돼 사고가 난 것을 밝혀내고 공사관계자들을 긴급 수배하는 한편 기관자 노진환씨(36) 등 2명을 연행,조사중이다.
검찰에 의하면 지난 90년부터 한국전력이 시행하는 북구 화명동 북부산변전소구포 삼거리간 3백45㎸ 지하전력구 설치공사 시공업체인 삼성종합건설은 최근 하청업체인 한진건설(대표 박주백·70)에 공사를 맡겨 사고현장 부근인 덕천로터리 일대 지하굴착작업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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