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의 공직사회가 이처럼 병들게 됐는지 한탄스럽다. 정부·여당 고위당직자들의 재산공개를 통해 그들의 축재비리를 뒤따라 목격하게 된 국민의 심정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삭이기 힘들 지경이다.물론 그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른바 「국민을 대표한다」는 일부 선량들과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일부 각료 및 정부위원들이 벌인 땅투기 행각은 위로는 휴전선에서부터 시작해서 아래로는 제주도까지 발길이 안닿은데가 없다. 심지어는 공직에서 얻은 공적정보를 이용해서 마구잡이 부동산투기로 사복을 채운 혐의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위공직 사회가 부패했다는 얘기는 소문으로 많이 들어왔으나 부정의 심도가 이처럼 깊고 그 폭이 넓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국민들은 고위공직자들의 공개재산 명세서를 보는 것만으로 상처를 입고 극심한 박탈감으로 허탈해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기강은 곧 그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다산의 목민심서도 한 나라가 멸망하는 원인은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의한 것보다는 내부의 부정부패 만연에서 오는 것이 크다고 경고했다. 사실 우리는 고위공직자의 부도덕과 타락으로 나라가 멸망에 이른 예를 멀리는 로마제국에서,가깝게는 월남패망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자신의 포위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헤아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윗물맑기운동」의 일과성 행사로 그쳐서는 절대로 나라를 위기에서 건져낼 수 없음을 강조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할 일은 공직을 공복이 아닌 특권으로 착각해서 너도나도 치부에 나서는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 사회는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공직자의 대국민 군림 자세가 굳어져왔고,그에 따라 권력을 쥐면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권부사상이 팽배해왔다. 여기에다 근대산업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에 따라 황금만능사상까지 휩쓸면서 「총체적 부패공화국」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는 당초 자발적인 것으로 그 목적이 과거의 비위를 캐기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엄청난 축재비리가 노출됨에 따라 실사와 함께 일벌백계의 응징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부정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축재한 일이 있는 고위공직자는 문제가 표면화하기전에 용퇴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과거의 전통사회가 비록 문약에 흐르기는 했으나 나라를 면면히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부패를 막을 소금구실을 한 「선비정신」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비정신으로 무장된 공직자와 지식인들은 세상 명리에 얽매이지 않았으며,한몸의 영달을 위해서 바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 나라의 기둥을 흔드는 부정부패를 뿌리째 뽑아 현대의 청백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과성의 사정이나 자발적인 재산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공직을 이용한 치부가 「절대 불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이나 부정방지법의 제정같은 제도적 노력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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