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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핵노파심/이재무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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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핵노파심/이재무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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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의 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 같다.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에 가장 놀란 국가는 어쩌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일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전매스컴이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모든 신문이 사설에서 「일본정부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협의하여 북의 NPT 탈퇴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일부 인사들은 한국대사관과 특파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한국에도 핵무기가 있느냐』 『한반도의 전쟁발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라며 걱정스런 질문을 해오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북한의 핵보유가 일본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경악은 그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원폭피해국이란 점에서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북한이 탈퇴선언을 철회하지 않은 마당에서 일본인들처럼 한국인들이 호들갑을 떨지 않는데 대해 일부 일본인들은 한국이 북한의 핵을 겁내지 않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 학자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미국은 방치하지않을 것이지만 한국이 미국의 물리적 힘의 행사를 지지하겠는가. 북한의 현 정권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전제로 볼때 한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시각은 과연 옳은가. 일본이 북한의 탈퇴선언을 철회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한국인들이 그들처럼 전전긍긍하지 않는다고 하여 오해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과거 남북한관계가 긴장되거나 한국측에 정치적 불안이 고조될 때 남쪽의 독재정권이 핵개발문제를 서방언론에 흘린 사실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북한측에서 그 수법을 역이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한 동시 핵사찰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일본의 우익지와 일부인사들이 「한국이 북한의 핵을 겁내지 않는다」고 몰아붙인후 「일본도 이에 대응하여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나서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일본이 캄보디아에 이어 소말리아에까지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키로 결정,경제대국에서 정치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려 하는데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과거 피해국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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