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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어부 가족의 눈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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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어부 가족의 눈물(사설)

입력
199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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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보도가 보도를 덮친다. 새정부가 개혁을 선언하면서 그 추진내용이 무엇인가 알려지기 전에 이인모노인의 북송이 확정되더니 갑자기 북한에선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들고 나왔다. 남북관계가 위기일발의 폭발점에 치닫는게 아니냐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판문점에선 평온한 「북송」이 실현되었다.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남한의 이산가족들은 희망보다 허탈감이 압도했다. 누가 가고 오는 차원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민족의 문제가 이렇게 순발적으로 시작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회의 때문이었다. 새정부의 결단이 어떤 의미와 결과를 함축한 것인지는 예측이 빠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이산가족을 직접 찾아가 행동으로 분단문제에 접근한 것은 종래의 탁상공론보다 진일보한 자세가 돋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납북어부의 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피맺힌 호소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남한으로 온 북한의 누구네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눈길 한번 준 일이 있느냐」고 무관심을 원망했다.

남북관계와 통일에 접근하는 방도는 다양하다. 그 첫째가 민족을 바탕에 둔 인도주의와 정치의 해법이고 다음으로 경제협력과 상호이해의 증진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개별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동안의 접촉으로 이미 익혀왔다.

그렇다면 그동안 남북한의 접촉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부각된 것은 상호간 왕래와 이해를 기초로 한 이산가족 문제가 선결조건이라는 점이다. 냉각된 남북관계가 이 사실을 놓치면 안된다. 남북대화가 개시된 것도 이산가족문제가 하나의 단초였음을 망각해선 통일의 해법은 도출되지 않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문제는 결코 수단이나 편법으로 동원될 성질이 아님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비극은 이미 인도주의나 겨레의 비원이라는 수사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생전에 만나기는 커녕 안부와 소식을 모르면 영원한 「남」이 되고 만다. 그런 뒤끝에 성취되는 통일의 장래가 얼마나 험난할지는 상상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마침 한 통일부총리가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납북가족들을 위로했다. 다른문제와 연결않고 적극 해결하겠다는 다짐은 반가운 소식이다. 일방적인 희망의 피력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궁금한 것은 북한측의 반응이다. 통일문제에서 보수냐 진보냐 하는 편가름은 의미가 없다. 강렬한 도전이 있어야 미온의 반응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경계할바는 「이산가족」을 담보로 잡는 북한의 완매성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안보인다. 단호하게 대처하는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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